육아 상담 카페에 올라온 직장맘의 고민이다.

 “아이 낳기 전부터도 고민은 했지만…이쁜 아이를 보니 더 고민이네요. 집에서 그냥 아이 세 살 때까지만 키울까, 일을 계속할까? 아이랑 애착관계 형성을 위해서는 엄마 손에서 키우는 게 좋다고 하는데…하지만 3년이나 지나면 그 동안 일했던 경력이 단절되잖아요.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섰는데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모든 직장맘들의 심정이 이럴 것이다. 쿨하게 아이에게 올인하고 싶지만 여건이 그렇지 못하다. 돈도 없고, 직장 그만두면 나중에 다시 일하기가 쉽지 않고 또 아이에게 온통 투자하는 것도 솔직히 자신이 없다. 그렇다고 직장을 다니자니 아이에게 미안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요즘 엄마들은 인터넷이나 책을 통해 육아 심리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알고 있다. 아이의 정서 발달에 공통으로 등장하는 단어가 ‘생후 3년’과 ‘애착 관계’다. 생후 3년이 아이의 성장에 중요한 시기이며 이때 애착관계를 잘 형성해야한다는 것이다. 이 시기에는 엄마가 직접 아이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걸 못하고 있는 직장맘은 늘 불안감과 죄책감을 등에 지고 다닌다.

 

 누가 키우냐보다는 어떻게 키우냐

 

 생후 3년간 꼭 엄마가 아이를 키워야할까. 엄마가 안 키우면 정말 아이에게 문제가 될까. 즉문즉설로 유명한 법륜스님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아이가 태어나서는 3년까지는 엄마가 키워야 되고 어쩔 수 없이 직장에 나가야 한다면 업고라도 다니라고’하면서 ‘직장맘 엄마를 둔 아이의 경우 어릴 때는 별 문제 없는 듯 보이지만 사춘기가 지나면 문제가 생긴다’고 경고까지 한다. 조금 과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나는 스님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당연히 엄마가 키우면 좋겠지만 엄마가 안 키워도 크게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엄마 손길로 컸다고 다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다른 사람 밑에서 자랐다고 모두 문제아가 되는 건 당연히 아니다.

 애착의 문제는 누가 키우냐보다는 어떻게 키우냐가 핵심이다. 애착 관계에 가장 위험한 요인은 방치와 학대, 그리고 정서적 무감각, 즉 공감력 상실이다. 지속적인 방치와 학대, 그리고 정서적 무감각 상태에 놓이지 않는 이상 아이들은 평균적인 수준에서 성장한다. 나의 가족, 그리고 보통의 베이비시터, 그리고 안전한 어린이집에 맡긴다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엄마의 과도한 죄책감과 불안감이 아이에게 더 큰 문제가 된다. 죄책감 때문에 과잉보상을 해주거나 불안감 때문에 과잉보호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죄책감이 심한 엄마는 아이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아이의 종노릇을 하는 경우가 많다. 또 불안감이 심한 엄마는 엄마의 부재를 메꾸기 위해 과잉보호나 과잉간섭으로 아이를 몰아붙이는 경향이 있다. 죄책감과 불안감이 오히려 아이와의 애착 관계에 악영향을 준다.

 

 씩씩하게 출근하고 당당하게 아이 만나야

 

 직장맘을 선택한 이상 아이에 대한 미안함은 당연하다. 하지만 죄책감 엄마, 불안감 엄마로 살아서는 안된다. 그러면 나도 불행, 아이도 불행이다. 아이를 볼 때 마다 ‘아이고 우리 불쌍한 새끼~’ 하는 엄마의 마음이 오히려 멀쩡한 아이를 불쌍하게 만드는 것이다. 과도한 불안감이나 죄책감이 느껴지면 빨리 털어버리는 연습을 해야 한다.

 ‘엄마도 씩씩하게 우리 아이도 씩씩하게!’

 그게 직장맘의 신조여야 한다. 씩씩하게 직장 다니고 당당하게 아이를 만나야 한다.

윤우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남평미래병원 원장·사이코 드라마 수련감독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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