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꽃의 색이 고와지는 요즘, 산을 찾는 가족들 속에서 다양한 부모님의 자녀 사랑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제가 며칠 전 등산을 하면서 보았던 가족이 있었습니다. 엄마는 배낭을 등에 지고 아빠는 다섯 살 남짓 된 아이를 등에 업고 산을 오르는 가족이었습니다. 부모님은 자신들이 산에 올랐을 때의 기쁨을 어린 자녀에게도 느끼게 해주고 싶었었나 봅니다. 아빠와 엄마는 몸도 건강해지고 호흡이 가쁜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힘들지만 잘 참아내고 정상에 올랐을 때 무척 큰 기쁨을 느끼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제가 조금 더 산에 오르면서 또 다른 가족을 보게 되었습니다. 아이는 힘이 들어 발걸음이 자꾸만 느려지고 있었는데 그 순간 아빠가 큰 소리로 “와! 우리 민지가 정말 힘든데도 아빠보다도 더 앞장서서 씩씩하게 잘 가고 있네!”라면서 혼자 앞장서서 걷던 자녀의 어깨를 다독이면서 아이의 손을 꼭 잡고 천천히 걷고 있었습니다.
가정에 자녀의 수가 한 두 명인 요즘에는 아이가 바라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다 들어주고자 노력하는 부모님이 많아졌습니다. 아이가 조금만 불편해하면 한걸음에 달려가 안아주고,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채 말이 끝나기도 전에 부모님은 아이의 모든 어려움을 해결해주려고 합니다. 자녀가 혼자서 해보다가 실수할 틈도 주지 않고 먹여주고, 입혀주고, 신겨주고, 닦아주면서 부모는 아이의 손과 발이 되어 모든 것을 해결해줍니다. 그러다가 아이가 조금 성장한 어느 날 부모님은 아이에게 “너는 왜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니?” 혹은 “너는 왜 그렇게 참을성이 없니?”라고 말하면서 자녀를 비난합니다. 자녀의 이런 모습을 부모님의 모습을 돌아본다면 이유는 분명해질 것입니다.
자녀가 어떤 일을 할 때 쉽게 좌절하고 포기한다면 그 이유는 부모님의 태도를 살펴보는 일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아이가 실수하거나 잘못한 상황에서도 아이가 스스로 대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기 바랍니다. 아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시간을 충분히 주고 아이가 자신의 힘으로 성공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어야 합니다. 자녀가 원하는 것을 부모님이 항상 준비해놓았기 때문에 참는 경험을 해보지 않은 것입니다. 참고 기다렸다가 원하는 것을 얻게 되고 끝까지 도전해서 성공을 경험해본 아이라면 자신의 능력을 믿고 끝가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워갈 수 있게 됩니다. 조금은 힘들고 하기 싫은 일일지라도 그것을 마쳤을 때의 기쁨을 아는 아이라면 스스로 해내는 것이 훨씬 가치 있고 행복하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천천히 산 정상을 향해 올라가면서 볼 수 있는 작은 들풀, 쌓인 낙엽 위에 삐죽이 고개 내민 어린 나뭇가지에서 움트는 연초록 잎들을 살펴보고 숨을 몰아쉬면서 산에 오른 자만이 느낄 수 있는 기쁨을 아이가 맛볼 수 있게 해주셔야 합니다. 이렇게 아이의 참을성과 인내, 자제력을 키워주기 위해서는 아이의 발로 느리게 걷더라도 아이의 `혼자 힘’으로 해낼 수 있도록 격려하고 기다려주세요. 부모님의 등에 업혀 산에 올라서는 결코 정상에서의 기쁨을 맛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김경란 <광주여자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kimklan@kw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