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꽃, 5월의 콜라보
‘백년부부’·‘영국에서 사흘, 프랑스에서 나흘’ 등 추천
‘일랑일랑’ 꽃다발 묶어 감사·여유 선물 하세요

 지난해 12월, 동네책방으로 변신하면서 ‘숨’에서 바뀐 것은 공간만이 아니다. 찾아오는 이들과 만나는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한마디로 대화의 밀도가 달라진 것이다. 예전엔 이야기 나누려고 와서 차 마시고 가는 손님들에게 괜스레 말을 걸 수도 없고, 책장에 가득한 책을 두어도 제대로 읽어주는 이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책을 매개로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즐겁게 나눌 수 있게 됐다.

 책방에는 순전히 우리가 좋아하는 책들만 있다. 숨겨진 보물과 같은 책을 찾아내어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것이 얼마나 보람 있는지, 그 재미가 쏠쏠하다. 찾아온 이들은 다양한 경험으로 책방과 만난다. 작가인 친구의 책이 있다며 신기해하고 ‘네 책 여기 있다’고 바로 전화를 걸기도 하고, ‘덕후’들이나 본다고 엄한 소리 들었던 애장도서를 발견하고는 기뻐하기도 한다. 제목이 너무 매력적이라 관심이 간다고 하면 ‘숨지기’가 그 책을 좋아하는 이유를 말해 주기도 하고, 좋아하는 시리즈의 신간을 발견하고는 ‘언제 나왔지?’하며 즐거워 한다. 책을 좋아하는 이들은 처음에는 수줍어 보이지만 누구보다 수다쟁이들이라는 사실을 알아간다. 문화기획사업을 하는 작지만 젊은 한 회사는 ‘직원 복지’로 한 달에 한 번 이상 직원 모두 숨에 와서 구경하고 책도 사고 이야기도 나누다가 간다. 서점을 시작하고 나서 도서관은 열람과 특별활동을 위한 장소이자 책과 함께하는 자율적인 쉼의 공간으로 되어 갔고, 서점은 서점대로 커피를 마시면서 책에 관한 이야기가 활발히 오가는 활기가 생겼다.

 작은 책방의 서가는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책이 좀 더 가깝게 느껴지도록 가급적 책 표지가 보이도록 진열을 한다. 책등과 표지가 보이는 것을 적절히 섞어 진열을 해 놓으니, 방문한 누군가는 ‘숨’에서는 책들이 ‘날 좀 봐요’라고 말하는 것 같다고 했다. 또 숨지기에게 “이럴 땐 어떤 책이 좋아요?” 라고 묻는 분들이 꽤 있다. 복잡한 일을 하다가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으며 머리를 식힐 수 있는 책, 사춘기에 들어서서 고민이 많아진 아이에게 격려가 될 만한 책, 이웃들과 더불어 사는 마을 살이를 더 잘 만들어 가도록 돕는 책…. 요청을 받으면 조심스러우면서도 기쁘다. 이러 저러한 설명을 하고 함께 의견을 나누면서 적합한 책을 고르고 드디어 만족해서 돌아가는 손님을 보면 책방지기로서 자신감도 생긴다. 간혹 그런 요청과는 전혀 상관없이 책 이야기를 나누다, 어느 책을 읽었을 때의 내 감격과 설렘에 겨워 이야기를 하다보면 손님들도 그 책에 관심이 가서 구입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왠지 그 순간은 서로가 뭔가를 공유했다는 동질감을 갖게 되는 듯하다. 분명히 물건을 파는 것인데 꼭 그렇지만도 않은 느낌. 이런 과정은 감상적인 경험으로 그치지 않고 우리가 이 사회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계기가 된다. 그리고 다음에 만나면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묻지 않아도 응원의 눈빛을 보내게 된다. 책방지기와 독자가 만나는 작은 동네서점이라 가능한 일이리라. 그러고 보면 동네책방의 역사는 그렇게 오가는 손님들로 인해 점점 만들어져가는 것이다.

 

▶독자와 함께 운영하는 책방 : 플로리스트와 콜라보레이션

 ‘숨’에서는 가급적 지역의 목소리가 들리고 이웃의 솜씨가 소개되기를 바라는 맘으로 이러 저러한 시도를 하고 있다. 광주·호남의 문화와 이야기를 소개한 코너가 그렇고 지역목공예작가가 만드는 세월호 기억코너의 ‘목걸이’와 ‘책갈피’가 그러하다. 일종의 콜라보레이션이라고나 할까. 다양하고 재미나게 이웃들과 함께 계속 만들어 가려고 한다.

 5월이 되면서 새롭게 시작한 콜라보가 있다. 바로 이웃지기 플로리스트 ‘일랑 일랑’과 함께 하는 ‘찾아가는 오월의 꽃’ 판매이다. 5월에는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등 기념할 날들이 참 많다. 언제부터인가 선물은 현금이 좋다는 인식이 자리잡았다. 정성어린 맘으로 고르는 선물보다는 대부분 돈봉투를 주곤 한다. 하지만, 정말 돈은 유용하게 쓰이겠지만, 그러고 나면 기억도 함께 사라져 버린다. 가족이라는 소중한 꽃 같은 이들을 언제부터인가 길가에 밟히는 풀 취급하며 살진 않았는지, 오월을 맞으며 돌아볼 일이다.

 그래서 이번 5월엔 마음을 담아 소중한 이에게 선물할 수 있기를 바란다. ‘백년부부’(펄북스)나 ‘영국에서 사흘, 프랑스에서 나흘’(남해의 봄날) 같은 가족이야기 책들과 함께 ‘일랑일랑’이 선보이는 꽃다발(택배용 포함)이나 센터피스를 들여놓았다. 꽃 한다발이 무어 그리 기억에 남을까 싶지만, ‘일랑일랑’의 꽃은 확실히 다르다고 말할 수 있다. 흔하지 않은 꽃들의 조화와 뛰어난 색감, 쓸데없는 장식이 빠진 담백함 속의 정성스런 격조 있는 분위기. 꽃 한다발의 조금 다른 변화와 감동이 일상의 감동과 활력을 주는 것이리라. 책과 꽃, 그리고 커피. 마을 가운데 있는 책방의 존재이유가 그렇듯이, 동네책방 숨에 오면 구입할 수 있는 ‘Daily Flower’-그날의 작은 꽃다발 하나로도 여유와 쉼, 감사와 아름다움의 향유를 드리고 싶은 마음이다.

 

▶5월에 선물하기 좋은 도서

 1. 백년부부 : 따뜻한 시선으로 가족,사랑,삶을 이야기하는 사진에세이 (지아오 보 저/박지민 역 : 펄북스)

 2. 영국에서 사흘, 프랑스에서 나흘 : 코미디언 무어 씨의 문화충돌 라이프 (이안 무어 저/박상현 역 : 남해의 봄날)

 3. 영혼의 정원:정원에서 얻은 깨달음 (마리온 퀴스텐마허 저/장혜경 역 : 책씨)

 4. 너는 어떤 씨앗이니? (최숙희 글 그림 : 책읽는 곰)

문의 062-954-9420

이진숙 <동네책방 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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