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타인에 대한 폭력성·공격성 없는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강남역 화장실에서 모르는 사람을 수차례 칼로 찔러 살해한 조현병 환자, 자신을 무시한다는 이유로 함께 살고 있던 사람을 죽이고 그 시신을 토막 내어 버린 청년, 자녀를 때리고 굶기고 방치하여 죽게 내버려두고 그 시신과 함께 생활한 종교인 아버지, TV소음 때문에 이웃을 살해 한 사람. 이들의 엽기적인 행동은 어떻게 이해될 수 있을까. 이해될 수 없고, 이해해서도 안 되며, 그들은 단지 ‘사이코패스’일 뿐인가.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고,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우리는 ‘왜 이런 일이 일어났지’하며 그 원인을 알고 싶어 한다. 원인을 알고 그 원인을 제거하거나 바꾼다면 원하지 않았던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을 거라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고 공분을 사는 범죄인에게 흔히, 다른 사람에 대한 공감 및 죄책감이 결여되어 있고, 자기 중심적이고, 남을 잘 속이고, 거짓말에 능숙하며, 사회규범을 쉽게 위반하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게다가 이러한 반사회적 성격장애자들은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하고, 충동적이며 지루함을 참지 못하고 자극을 추구하기까지 한다. ‘그러니까’ 잔인하고, 비정하고, 양심의 가책을 전혀 느끼지 않는 것이란다. 또한 이들은 ‘끔찍한’ 범행을 저지르기 전까지는 평범한, 보통의, 멀쩡한 모습으로 생활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어떤 사람이 무시무시한 범죄를 저지를 것이라고 예측할 수는 없다.

 불안한가? 자신 이외의 다른 누군가는 믿을 수 없고, 나를 해칠 수 있는 잠정적인 가해자처럼 느껴지는가. 세상은 점점 예측할 수 없고, 미쳐 돌아간다고 느껴지는가. 그럼 자신은 어떠한가? 내 안에 타인에 대한 폭력성이나 공격성이 없는가. 칼 융(Carl Jung)이 말한 자신의 어두운 ‘그림자’ 말이다. 폭력적이거나 공격적인 모습은 ‘우리가 결코 되고 싶어 하지 않는 모습’이다. 맨 정신(전문용어는 자아의식)으로서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성격, 가장 싫어하기 때문에 ‘절대로’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노력해온 바로 그 ‘남에게 보여주고 싶어 하지 않는’ 자신의 모습은 어떤가. 개인의 무의식에 억압되어 있고, 앞으로 의식화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열등한 인격의 한 측면, 그러나 그 가장 밑바닥 단계는 동물의 충동성과 더 이상 구별할 수 없는 것 말이다.

 이것은 흔하게 어떤 사람에게 ‘나도 모르게’ ‘공연히’ ‘알 수 없는’ 거북한 느낌, 불편한 감정, 혐오감, 경멸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그를 비난하고 탓하며 다툼으로 이어지게 한다. 이러한 것은 의식하지 못하는 순간 일어나며 자신의 성향과 정반대의 경우에서 빈번하다. 능력이 없다고 느껴지는 상사에 대한 알 수 없는 분노, 성공가도를 달리는 동료에 대한 불타는 질투, 진보진영의 사소한 흠결에 대한 맹비난, 약하다고 느껴지는 사람들에 대한 짜증은 나의 능력 없음, 실패에 대한 좌절감, 비도덕적인 행동에 대한 속죄, 강해지고 싶다는 나의 ‘바람’과 ‘욕구’이다. 이것들은 남들에게 결코 ‘보여주고 싶지 않는’ 나의 무능력, 좌절감, 비도덕성, 약함이다.

 일요일 아침, 삐이~ 삐이~ 철커덩, 철커덩, 쾅, 쾅, 부웅~ 하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집 옆 아파트 신축 현장의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창문을 닫아 걸었지만, 더운 날씨에 집안은 금새 답답해졌고, 잠을 더 잘 수도 없었다. 볼륨을 높여도 음악이 제대로 들리지 않고 꽁꽁 닫힌 창문을 바라보니 소음의 근원지, 공사현장에 짜증과 분노가 솟구친다. 대체 언제나 조용한 아침을 맞이할 수 있을까. 일요일은 제발 좀 쉬자! 라고 마음에 핏대를 세운다. 그런데 주말에 일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라는 생각에 마음이 누그러진다. 그래, 그들도 일요일은 쉬고 싶을거야. 하지만….

 라벨을 붙이고, 우리와 ‘다른’사람 이라는 분류는 문제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그가 왜 우리와 다른 사람이 되었는지, 공격성과 폭력성을 승화시킬 수 있는 묘수(?)는, 내 안에 있는 ‘남들에게 보여주기 싫은’ 내 모습은 무엇인지…콜롬버스가 신대륙을 찾아 탐험을 나섰던 마음가짐이 필요한 때이다.

조현미 <심리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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