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만점 캐릭터, 의미있는 주제

 ‘토이 스토리’(1995)는 픽사 스튜디오가 컴퓨터그래픽으로 완성한 첫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셀 애니메이션이 지배하고 있던 주류질서에서, 컴퓨터그래픽을 활용하여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와 탄탄한 스토리 그리고 진지한 주제의식을 견지해 내며, 어린이 팬들은 물론 성인 관객들까지 매료시켰다. 컴퓨터애니메이션의 시대가 열린 순간이었다. 그렇게 픽사는 장난감, 곤충, 괴물, 물고기, 자동차 등을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캐릭터로 발전시키며 오늘에 이르렀다.

 픽사의 신작인 ‘도리를 찾아서’는 ‘니모를 찾아서’(2003)의 속편이다. 그래서였을까. 픽사는 ‘니모를 찾아서’에서 니모를 찾아 나선 니모의 아빠 말린을 도와 맹활약했던 도리를 주인공으로 내새운다. 건망증이 심하긴 하지만 무모하고 긍정적인 이미지로 강한 인상을 남겼던 바로 그 ‘도리’가 오늘 영화의 주인공인 것이다.

 그렇게 도리는 모험을 떠난다. 그러나 두 영화의 모험의 목적이 같을 수는 없다. 이런 이유로 ‘니모를 찾아서’가 아빠 말린이 아들 니모를 찾는 여정을 통해 ‘부성애’를 강조했다면, ‘도리를 찾아서’는 좀 더 복합적이다. 왜냐하면 이 영화의 주제어는 ‘연대’, ‘교육’, ‘자유’등이 언급될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연대’에 대해서. 도리와 그의 친구들은 한 두 가지 씩 결점이 있다. 도리는 단기기억상실증을 앓고 있고, 문어 행크는 8개가 있어야 할 다리가 7개밖에 없다. 또한 고래상어 데스티니는 시력이 나빠 헤엄치다가 벽에 부딪히기 일쑤이며, 고래 베일리는 머리를 다쳐 초음파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한다. 이런 이들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면서 용기를 얻고 잠재된 능력을 깨달아 간다. 그러니까 이 영화 속에서 서로 결점이 있는 친구들은 서로 연대하여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는 ‘교육’의 방법에 대해서 말하기 위해 도리의 부모와 니모의 아버지를 비교한다. 도리의 부모는 도리가 장애로 인해 자존감이 위축되는 것을 염려하며, 모든 활동에 있어서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가르친다. 이에 반해 핸디캡을 가진 니모를 과보호했던 니모의 아버지 말린은, 도리를 보호하면서도 니모를 돌보았던 것과 똑같은 방식을 고수한다. 그러니까 자립심을 길러주려는 도리의 부모와 과보호로 일관하는 니모의 아버지를 비교해 보여주면서, 어린 자녀와 함께 스크린을 응시하고 있는 부모들에게 당신은 어떤 모습인지를 생각해 보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도리를 찾아서’는 관객들에게 ‘자유’라는 단어를 연상시키도록 한다. 이 영화 속 물고기들은 해양생물 연구소에 갇혀서 관찰 대상이 되거나 아쿠아리움에 전시 되고 있다. 이런 이들이 수족관을 벗어나 자신들의 고향인 바다로 되돌려 보내지는 이야기는 분명 ‘자유’를 의식하고 있다. 특히나 트럭의 수족관에 실려 가던 물고기들이 이곳을 탈출해 바다 속으로 떨어져 내릴 때, 루이 암스트롱의 ‘What A Wonderful World’(이 멋진 세상에서)가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오는 것을 보면 이는 보다 분명해 진다.

 이렇게 픽사는 자식과 부모가 함께 보는 영화 속에 나름의 의미 있는 주제를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물론 이 영화는 이 주제를 작심하고 관객들에게 주입시키고자 한 것이 아니라 물 흐르듯 흘러가는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녹여내고 있다.

 이와 함께 ‘도리를 찾아서’는 개성만점의 캐릭터를 관객들에게 선물하고 있기도 하다. 바로 문어 행크가 그 주인공이다. 카멜레온 같은 보호색을 사용해 인간의 눈을 피하는 잠입의 대가이며, 문어 특유의 유연함과 빨판의 흡입력을 활용하여 시종일관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으며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이다.

조대영 <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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