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머리가 아니라 몸과 마음으로 배운다”

 아침부터 비가 내립니다. 아침 운동 시작한 지 며칠 안됐는데 비 온다고 건너뛰면 또 작심삼일이 될 거 같아 아파트 계단을 오르기로 했습니다. 20층까지 올라갔습니다. 무릎에 무리가 갈 수 있어 내려올 때는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6층에서 엄마와 유치원생처럼 보이는 어린 여자 아이가 탔습니다. 내려오는 동안 엄마와 아이의 대화를 듣게 되었습니다.

 엄마: 엘리베이터가 20층에서 내려왔지“ 우리는 6층에서 탔지? 20에서 6을 빼면 얼마야?

 딸: 응?

 엄마: 20에서 6을 빼면 얼마냐구?

 딸: 응…?

 엄마: 먼저 10에서 빼야지.

 딸: 응…4!

 엄마: 10에서 빼면 4가 남지? 그럼 20이니까 나머지 10은 어떻게 해?

 딸: 음…10에서 4…빼면? 40?

 

 난 뒤에서 못들은 척 하면서 재미있게 보고 있었습니다.

 엄마: 엄마 말 똑똑히 들어봐. 그러니까 20에서 6을 빼려면 먼저 10에서 빼고…어쩌고 저쩌고….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하고 모녀는 내렸습니다. 저도 따라 내렸습니다.

 현관 밖에는 비가 촉촉이 내립니다. 아이가 손을 내밀어 비를 맞으며 말합니다.

 

 딸: 와~~ 비온다~~

 엄마는 아랑곳하지 않고 현관 앞에서 우산을 펴주면서 계속 설명합니다.

 엄마: 엄마 설명 들어봐. 그러니까…엄마가 뭐라 그랬어. 원리를 알면 쉬운거야…20층이잖아. 20에서 4를 빼는 게 아니고 먼저 10에서 4를 빼는 거야…어쩌구 저쩌구….

 

 촉촉이 비 내리는 날 아침 엘리베이터 안 풍경입니다. 하나라도 더 가르치려는 엄마, 그런 엄마를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애쓰는 아이.

 만일 아이가 “몰라” 그랬다면 엄마는 어떻게 했을까요“

 “그래“ 모르겠어“ 음…그래…괜찮아. 나중에 알게 될거야. 야~~ ! 비 오네~~” 이렇게 아이를 자연으로 돌려 보내줬을까요“ “아니면 넌 그것도 모르니“ 니가 엄마 설명을 안 들으니까 그렇지!” 이러면서 구박했을까요“ 아니면 아무 말도 안하고 속으로 이것이 지 아빠 닮아서 산수를 못하나 하고 생각했을까요“

 우리 엄마들은 ‘가르침 병’이 있는 것 같아요. 학교 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산수를 가르치고 넓은 바닷가 놀러가서는 밀물 썰물 과학을 가르치고, 산에 가서는 나무들의 광합성을 가르치고…아이들에게 봄비를, 바다를, 푸른 나무를 주는 대신 산수와 과학과 생물을 집어넣으려고 해요.

 엄마들은 아이 머리에 있는 지퍼를 열고 지식을 꾸깃꾸깃 넣어주면 되는 줄 아나봅니다. 사실 아이들은 머리로 배우는 게 아니라 몸과 마음으로 배웁니다. 알고 싶은 욕망과 호기심이 발동해야 지식을 흡수한다는 거지요. 아이들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때 엄마의 가르침은 오히려 독이 됩니다. 엄마의 가르침이 잔소리가 되고 구박이 됩니다. 시도 때도 없이 가르치려는 엄마 때문에 오히려 아이는 배움에 대한 거부감을 갖게 됩니다.

 가르치겠다는 마음을 버리셔야 합니다. 아이가 먼저 물어보기 전에는 절대 가르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셔야 합니다. 엄마는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랍니다.

윤우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남평미래병원 원장·사이코 드라마 수련감독 전문가>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드림투데이(옛 광주드림)를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드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