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교육 답은 엄마의 편한 마음에 있다”

▲ 자녀 교육서에 나와 있는 내용은 진리도 정답도 아닙니다.
 초등학교 학부모 대상으로 엄마 심리학 강의를 했습니다. 강의 뒤에 한 엄마가 물었습니다.

 ‘딸은 세상의 중심으로 키워라’라는 책을 읽었는데 그 책에서 딸에게 자꾸 잔소리를 하라고 그랬어요. 잔소리처럼 들리더라도 그렇게 계속 해야 습관이 된다고요. 어느 날 내가 딸과 소통을 하고 싶어서 물어봤어요. 너는 우리 집에서 불만이 뭐가 있어? 그랬더니 아빠한테 불만이 많을 줄 알았는데 저한테 불만이 많대요. 잔소리가 많다고요. 한 얘기 하고 또 한다고요. 애가 그동안 말을 안 하고 있었지만 저에게 불만이 가득한 거예요. 책에서 하라는 대로 했는데 어떻게 하죠?

 그 엄마의 얘기를 듣고 어이가 없었어요. 어떤 책이기에 딸의 습관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잔소리를 해도 된다고 했을까. 그래서 그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어봤어요. 이런 내용들이 있었습니다.

 

왜곡된 남녀 차별…어떻게 베스트셀러가 됐나?

 

 “‘딸의 인생에는 역전 홈런이 없다.’ 어렸을 때 착실히 실력을 쌓는 것밖에 없기 때문에 엄마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날마다 공부를 시켜야한다.”

 “‘귀한 딸일수록 엄하게 가르쳐라.’ 인사는 상대방의 눈을 쳐다보며 상냥하게 해야 된다는 예절 교육에서부터 식사 전에 숙제를 끝내야 한다와 같은 공부에 관한 것도 일일이 간섭해도 좋다. 이것저것 지시하는 동안 아이는 차츰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하게 된다. 이렇게 따라올 수 있는 것이 여자아이다.”

 “‘딸의 용돈을 줄여라.’ 어려서부터 쉽게 원하는 물건을 얻게 되다가 나중에 얻지 못하면 원조교제 같은 걸 하게 된다. 그러니 너무 쉽게 물건을 사주지 말고 용돈도 너무 많이 주면 안 된다.”

 이런 내용들이 있었습니다. 이 책이 한 때 베스트셀러로 올라선 적이 있었다고 하는데 어이가 없고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었습니다. 이 책을 본 엄마들이 이 책대로 하다가 얼마나 많은 딸들을 병들게 하고 있을까.

 이런 책은 딸을 세상의 중심으로 만드는 책이 아니라 엄마와 딸을 병들게 하는 책입니다. 딸아이 좋은 습관 만들어준다고 잔소리하는 엄마가 되게 하고, 더 위험한 것은 아들과 딸을 차별하는 엄마를 만든다는 겁니다. 아들은 잔소리하면 반항하지만 딸은 잘 따르니까 잔소리해도 괜찮고 아들과 달리 딸은 역전 인생이 없으니 어려서부터 공부시켜야 되고, 원조교제 가능성이 크니 딸에게는 용돈도 적게 줘야 한다는 겁니다. 부모에게 근본적인 남녀차별의 가치관을 심어주는 책이 어떻게 베스트셀러가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자신에게 맞지 않은 지침은 반드시 실패

 

 이런 잘못된 자녀 교육서 때문에 혼란스러워하는 엄마들이 많습니다. 어린이 집 보내는 부모는 무책임한 부모라는 책을 읽고 집에서 아이 데리고 낑낑대며 사는 엄마, 채소 안 먹는 아이를 위해 채소 요리를 같이 하라는 말에 아이 붙잡고 요리하느라 쩔쩔매는 엄마, 화내면 나쁜 엄마라는 말에 화 참다 참다 한꺼번에 폭발하고 후회하는 엄마…결국 엄마로서 제대로 하는 게 없으니 낭패감과 죄책감에 시달리는 엄마가 됩니다.

 자녀 교육서에 나와 있는 내용은 진리도 정답도 아닙니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지침을 따르면 반드시 실패하게 돼있습니다. 어색하고 불편하고 따라 하기 힘든 것은 내 것이 아닙니다. 그것을 실천 못하는 건 엄마의 문제도 아이의 문제도 아닙니다. 나와 내 아이에게 맞지 않는 것일 뿐입니다.

 답은 엄마의 마음입니다. 어떤 정보를 얻었을 때 한 번 해보고 싶고, 하면서도 마음이 편하고 쉽게 되면 좋은 것입니다. 책의 내용을 따라하려는데 마음이 불편하고, 하면서도 어색하고 힘들면 그건 답이 아닙니다. 아이 교육의 답은 엄마의 편한 마음에 있습니다. 정보에 불안해하지 마시고 엄마 자신의 마음을 믿으세요. 그게 ‘나’다운 엄마입니다.

윤우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남평미래병원 원장·사이코 드라마 수련감독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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