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서 하는 여행이 독서, 서재 밖서 하는 독서가 여행”

▲ 지난 9월24일부터 25일까지 엄마랑 딸이랑 책방에서의 하룻밤 행사가 `숨’에서 있었다.

 “책을 읽다가 펼쳐놓은 책들 사이에서 엎드려 잠이 든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어요. 그렇게 자고 또 그 책들 사이에서 잠이 깨었는데 기분이 참 좋드라구요.”

 “오래된 그림책을 뜯어서 책봉투를 만들고, 나만의 이야기로 특별한 책도 만들고, 짧아서 넘 아쉬운데 그래도 재밌었어요.”

 “딸아이와 단둘이 같이 온 것이 참 특별한 것 같아요. 그렇다고 아이만 계속 챙기는 게 아니라, 각자 하고 싶은 걸 하고 책을 보면서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따로 또 같이’랄까?”

 

‘책봉투’에 1박2일 자산 가득

 

 지난 9월24일부터 25일까지 엄마랑 딸이랑 책방에서의 하룻밤 행사가 ‘숨’에서 있었다. ‘트래블메이커TravelMaker :이상한 공간(이공)’과 함께 진행하는 특별한 게스트하우스 - 북스테이(bookstay) 시범운영행사였다. 단지 유명 관광지를 눈도장 찍 듯 하는 여행이 아니라, 자기만의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를 위한 여행’을 표방하는 젊은 창업팀의 시도에 동네책방 숨이 함께 한 것이다. 이 날 참가한 4~6학년 나이의 딸과 엄마는 모두 5쌍. 평소에는 함께하는 식구들이 있었지만, 이날 ‘책방에서의 하룻밤’은 온전히 모녀 단 둘의 것이었다.토요일 오후 3시에 모인 참가자들은, 약간 어색한 듯 하면서도 숨의 공간 곳곳을 둘러보면서 하룻밤 묵을 책 공간에 익숙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미리 준비한 인증샷용 틀을 가지고 맘에 드는 장소에서 즉석카메라 촬영서비스도 받고 그렇게 찍은 사진으로 각자의 명찰을 만들며 첫 번째 활동을 진행해 나갔다. 각자 불리고 싶은 이름을 지어서 자기를 소개할 때는 수줍은 듯해도 자신만의 세계를 표현하는 이들이 참 보기 좋았다. 두 번째 시간에는 오래되어 더 이상 서가에 꽂혀있지 않을 그림책을 이용해 ‘잘 뜯고 오려서’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책봉투를 만들었다. 소중하게 여기기만 했던 책을 뜯는다는 것이 왠지 죄책감이 든다고 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금새 ‘책 해체’작업을 너무 신나게 했고 그렇게 만들어진, 크기도 그림도 모두 다른 ‘책 봉투’에는 1박 2일 동안 지낸 자신의 흔적을 담아갔다. 인증샷이 붙은 명찰, 밤새 쓴 글을 직접 적은 손수 만든 나만의 공책 등등. 저녁식사 후에는 실내텐트를 치고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 영화를 봤는데 10대 초반의 소녀들과 옛 감성을 기억하고 있는 엄마들에게 알맞은 내용이었는지 연신 웃음과 재미난 반응이 끊이질 않았다. 다음날 아침 준비된, 일명 ‘호텔식 조식’을 먹고 차를 마시며 엄마들은 사는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들은 책을 읽고…평화로운 풍경이다 느낄 정도였으니 이만하면 북스테이 참 좋구나 싶었다.

 사실 북스테이 하는 동안 특별 활동은 아무것도 제공되지 않아도 충분할 만큼, 참가자들은 책에 둘러싸여 자연스럽게 시간을 보냈다. 쉬는 시간이 되면 어느새 서가에서 책을 빼어들고 주루룩 편하게 앉아서 책을 읽었다. 이책 저책 보다가 맘에 드는 문장을 직접 만든 공책에 옮겨 적기도 하고 그림일기 쓰듯 하룻밤의 분위기를 남기기도 했다. ‘책방에서의 하룻밤’에 참가자들이 기본적으로 모두 책을 좋아하는 공통점이 있는 거라는 당연한 사실을 매순간 확인한 셈이다.

 

독서의 민낯과 속살 들춰보는 여행

 

 저는 독서를 여행의 범주에 넣습니다. 자연이나 사람 등 책의 원전(原典)을 찾아가는 것이 제게 여행이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서재에서 하는 여행이 독서이고 서재 밖에서 하는 독서가 여행입니다. 서재에서의 독서만으로는 실행에 연약할 수 있고, 서재 밖 독서만으로는 사유체계가 허약할 수 있습니다. 북스테이는 방해받지 않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집중 독서의 매력과 낯선 곳에서의 만남과 대화를 통해 원전을 읽는 여행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독서의 민낯과 속살을 들춰보는 여행, 그것이 북스테이입니다. - 모티프원 이안수 (‘여행자의 하룻밤’. 이안수 저. 남해의 봄날)

 요즘 관심을 많이 끄는 여행주제 중 하나가 ‘북스테이’이다. 책으로 둘러싸인 어떤 공간과 그 속의 사람이 주는 아름다움을 경험하며 창조적 휴식을 하는 것으로서 여행을 말한다면, 아주 먼 어떤 곳이 아니라도 우리 삶은 날마다 여행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전국 곳곳에서 모인 이들이 다양한 삶과 책을 서로 이야기하며 격려하며 살아갈 힘을 얻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가슴 벅찬가. 그것은 책으로 둘러싸인 삶을 살고 싶은 욕망이 개인적인 것을 넘어서는 순간이 되기도 한다. 도서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를 통해 인연을 맺고 마음을 같이 한 이들이 얼마 전 ‘북스테이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www.bookstaynetwork.com). 파주의 모티프원, 괴산의 숲속작은책방, 통영의 봄날의 집, 고창 책마을 해리, 파주 평화를 품은 집, 화천의 문화공간 예술텃밭이 함께 시작을 했고, 광주의 동네책방 숨도 곧 정식으로 운영하며 합류할 예정이다. 기대하시라 가을밤 책과 함께 도서관 다락방에서의 하룻밤을~!

문의 062-954-9420

이진숙 <동네책방 숨 대표>



▲책과 인생, 예술이 함께 공간 이야기

-여행자의 하룻밤:서재에서 방까지 네 시간 <이안수 저·남해의 봄날>

-나의 아름다운 책방:작가들이 푹 빠진 공간에서 보낸 편지 <로널드 라이스 엮음·현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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