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광주극장 영화의집서 두번째 ‘오늘 산책’

“당신, ‘오늘산책’ 즐거우셨나요? ‘오늘 산 책’은 무엇인가요?”
한쪽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던 가수의 물음이 정겹다. 광주 전라지역의 작은 책방이 모여 마당을 가득 메운 ‘오늘 산책 두 번째, 취향의 공동체’가 10월 22일 광주극장 옆 영화의 집에서 진행됐다. 행사 제목 그대로 같은 취향을 공유한-다른 듯 같은, 작은 책방들과 광주지역의 음악가들, 그리고 지역의 이야기를 담은 선배 강사들의 이야기 마당이 하루 종일 풍성했다.
지역의 이야기와 문화가 소중하다는 인식은 이젠 별스럽게 유난떠는 어느 지역의 주장만은 아니다. 세계화 흐름 속에 세상은 넓고 사람 사는 모양도 가지각색인걸 알면서도 작은 우리네 땅덩어리 안에서는 그렇게 편을 갈라 싸우던 것이, 시대가 흘러 이미 섞이기 시작한 때문이기도 하고, 인터넷 등 온갖 기기의 발달로 모두가 너무 똑같은 것을 공유할 수 있게 되는 상황에 오히려 작고 특색있는 개성들이 눈에 띄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지난 주말의 광주극장 행사는 의미가 깊다. 요즘 관심 받고 있는 작은 책방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것 뿐 아니라 그 이야기의 실마리를 ‘취향의 공동체’라는 다양성을 담은 연대의 방식에서 바라보고자 했기 때문이다.
음악·이야기·전시·책방공간으로 나뉘어
이번 ‘오늘산책’은 그 두 번째 시도를 한 것인데, 전체적으로는 음악공간, 이야기공간, 전시공간 그리고 책방공간으로 나뉘어져 광주극장-영화의 집을 마음껏 활용하여 진행되었다.
‘음악공간’은 단순한 축하공연의 개념이 아닌, 음악과 함께 책에 대해 노래하고 이야기 나누는 광주 음악인들의 시간이었다. 책이나 글을 통해 영감을 얻어 만든 노래나 음악과 함께 직접 글 쓰는 글 이야기 등을 들려줬는데 하인석, 몽마르뜨귤장수, 우물안개구리, 김유일, 바닥프로젝트 등이 참여했다. 같은 곳에 살아서 인지 이야기되는 경험들이 훨씬 공감가고 친근했다. 온라인 쇼핑 등으로는 구하기 쉽지 않은 지역음악인의 앨범을 현장에서 판매하고 다른 팀의 공연에 이전 공연팀이 함께 객석에서 환호하는 모습은 다른 대형 공연장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인 것이다. 문화나 음악이, 소비되는 대상이나 관람되는 공연이 아닌 개개인의 생활이 되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지역문화이고 예술이며 삶이 아닌가.
또 다르게 진행되었던 ‘이야기공간’에서는 작가, 제작자, 평론가, 기획자, 책방 주인 등 여러 분야 속 이야기 손님들의 독립출판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듣는 것으로 진행되었다. ‘작업자의 성실한 기록’ 윤연우&정미정 / ‘책방주인기록’ 그냥과 보통(이로운), 라이트라이프(김대선), 연지책방(민희진) / ‘복합문화공간과 세계 속 책방이야기’ 보안여관 최성우 대표 / ‘조선민초실록을 꿈꾼다’ 전라도닷컴 황풍년 대표가 시간에 따라 맡겨진 시간에 강의와 대화를 이끌어 갔다.
영화의 집 실내 한쪽 벽을 가득 메운 ‘전시공간’에서는 여러 통로를 통해 모으고 수집한 책의 한 페이지 속 한 문장을 모아놓았다. 발췌된 한 페이지 속 한 문장을 통해 그 책을 새롭게 느낄 수 있길 바라는 자리였다.
광주전라 동네 책방 10여곳으로 확산
특히 ‘책방공간’은 광주전라에 위치한 책방들이 한 자리에 모여, 각 책방마다의 색깔이 담긴 다양한 독립출판물과 선별된 추천도서를 판매하는 것으로 채워졌다. 참가한 책방은 광주지역에 위치한 7개 서점과 순천의 1개, 전주의 1개 총 9곳의 서점이었다. 시인 부부가 운영하는 ‘검은책방 흰책방’, 북카페 형태의 ‘공백’, 예전 ‘오월의 방’을 이어받아 새롭게 문을 연 ‘라이트라이프’, 20대 초반 대표가 이미 20여종 가까운 도서를 출판해 화제가 된 ‘연지책방’, 세 사람의 의기투합으로 새로운 운영방식을 보여주는 ‘책과 생활’, 동명동의 독립출판서점의 상징 ‘파종모종’, 마을과 함께 커가고 있는 ‘동네책방 숨’과 함께 전주의 ‘에이커북스토어’, 순천의 ‘그냥과 보통’이 함께 했다. 광주 전남의 작은 책방, 독립서점이 거의 모두 참가한 것인데 맨 처음 계획과 달리 일정이 바뀌는 바람에 참석하지 못한 순천의 책방 ‘심다’까지 합하면 광주전라의 책방은 모두 10개가 된다. 동네책방 숨이 작년 처음 시작하면서 ‘광주전남에는 왜 작은 책방이 없느냐’며 안타까워했던 것과 비교한다면 1년 사이에 이렇게 확산된 것이 놀랍고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이 책방들의 성격은 비슷한 듯 하면서도 저마다의 개성과 분야가 확실한데, 그 점이 단지 ‘작은책방 운영해보기’ 같은 트랜드를 넘어서는 지속가능한 다양성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아주 좋은 요소가 될 듯하다. 아직은 좀 더 원활한 도서 공급이나 판매매출을 높일 수 있는 영업전략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지만, 모두가 책방을 통해 자기만의 삶을 살고자 도전하고 있고 지역의 문화를 담아내며 생활이 되는 예술적 삶을 꿈꾸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취향의 공동체’이다. 비록 1회성의 행사일수도 있지만, 그 첫걸음을 함께 하며 어떤 희망과 가능성을 발견한 것은 우리 모두 다양한 취향을 지난 연대의 공동체로 함께 가고 있다는 점이다. 비단 책방 뿐 아니라 지역에서 저마다 시도하고 있는 많은 취향과 다양성들이 그렇게 힘과 생명력을 지닌 존재로 풍성해 지길 바란다.
문의 062-954-9420
이진숙 <동네책방 숨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