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은 부모님이 아닌 다른 사람으로부터 꾸지람을 듣게 되면 무척 분노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부모님께는 더 심한 꾸중을 듣거나 부당한 지시를 경험하더라도 이에 대해 아이 편을 들어주는 사람은 없고 가정에서 늘 경험하게 됩니다. 그런데 부모님은 자녀가 동네 어른들이나 심지어 학교 선생님께 꾸중을 듣게 되면 부모님이 꾸중 듣는 자녀보다 더 많이 화를 내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자녀의 `기 살리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녀에게 부모가 아닌 사람들은 자녀를 존중하면서 대해야하기 때문에 함부로 꾸중을 해서는 안된다고 믿고 있습니다. 자녀에게 함부로 말 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서 부모인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얼마 전 엘리베이터 안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모든 층의 버튼을 누르면서 `일, 이, 삼, 사…’라고 말하면서 재미있어하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아이를 안은 젊은 엄마는 아이가 버튼을 누를 때마다 아이보다 더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아이와 함께 숫자를 큰 소리로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모든 층의 버튼을 누르는 모습을 보면서도 저는 차마 아이에게 “네가 이렇게 모든 층의 버튼을 누르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하는데…”라고 말해줄 수 없었습니다. “남의 집 귀한 아이에게 왜 함부로 말하세요?”라고 엄마가 기분 상해할까봐 염려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흔히 식당에서 볼 수 있는 광경이 있습니다. 주방에서 갓 나온 뜨거운 음식을 들고 식탁으로 옮겨주는 식당에서도 이리저리 아이가 마음껏 뛰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음식점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아이에게 “뛰어 다니면 뜨거운 음식을 엎질러서 네가 많이 다치게 되니 제 자리에 앉아있으렴!”이라고 말씀하지 않습니다. 고객인 아이의 부모님이 불평을 하고 다시는 식당에 오지 않을까 염려되어 식당에서는 아이가 마음껏 뛰어다니도록 허용하게 됩니다.

 그런데 `아이의 기 살리기’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이웃이나 식당 주인이 아닌 부모님입니다. 또한 분명히 아이를 존중하여 기를 살려주어야 하는 때와 아이의 뜻을 받아주지 않고 지금 꼭 가르쳐야 하는 때가 있습니다. 특히 가정에서는 자녀가 타인과 함께 잘 살아가기 위해서 분명히 가르쳐야 할 경우도 있습니다. 아이의 기를 살린다는 것은 모든 상황에서 아이의 생각에 부모님이 동의해야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아이가 불편해하더라도 공동체 예절을 꼭 가르쳐서 사회에서 허용되는 것과 허용되지 않는 것을 구분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자녀가 원하는 행동이라도 주변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라면 아이에게 잘못된 행동임을 알려주어 올바른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해줘야 합니다. 아이들은 가정의 울타리를 벗어나 타인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자신이 속한 집단의 규칙을 알고 실천에 옮길 수 있어야 합니다. 즉, 자녀의 기를 살리기 위해 자녀를 존중한다는 것은 자녀에게 때와 장소에 적절한 행동을 안내해주고 타인과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도록 알려주는 훈육이 함께 이뤄져야 하는 것입니다.

김경란 <광주여자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kimklan@kw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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