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서점을 통해 책을 구매할 수 있게 되었을 무렵, 구매방식은 놀랍고 신기했지만 믿지 못했던 것은 책의 내용이었다. 도무지 ‘미리보기’ 조금 보는 것으로는 그 책의 분위기며 내용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당시에는 미리보기 기능도 없이 사진 한두어장이 전부였으니 더욱 그랬다. 하지만 요즘의 온라인서점은 책에 관한 모든 것을 넘어서서 책으로부터 상상하는 어떤 것도 가능할 정도로 다양하게 변주되어 독자들을 만난다. 한두 번만 구매 하더라도 구매자 독서성향까지 분석해 주니 책과 관련해서 매니저를 한명 두고 있는 듯하다. 특별히 도서정가제 이후 확보되는 판매이익금은 다양한 사은품으로 제작되어 더 많은 고객을 모으는 데 톡톡히 한 몫을 한다. ‘굿즈goods’를 받기 위해 책을 구매하기도 하니, 사람들의 새로운 소비 성향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고 볼 수 있겠다. 어쩌면 단순하고 평면적이던 책에 관한 개념을 입체적이고 다양하게 확장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책의 가치가, 내용 자체보다도 그것을 둘러싼 부수적인 것이나 경제적인 면으로만 평가된다는 것은 안타까운 사실이다.

 

▲대량 홍보에 묻혀 있던 귀한 책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편리함이나 속도 등에서 매력이 없어진 오프라인 서점은 도서매출이 더 떨어진다. 온라인서점의 엄청난 물량과 기발함에 독자들은 어느 정도의 일반적인 마켓팅에는 이제 시큰둥해졌다. 도서가격 또한 할인의 폭이 적다. 공식적으로는 10% 할인정책에 맞춰져 있지만, 온라인에서는 카드할인에 포인트까지 더하면 거의 40%에 육박하는 할인혜택을 받기도 한다는 말에, 그냥 딱 서점 문을 닫아야 하는가 라는 고민까지 하게 되는 것이다. 올해 11월이면 그간의 도서정가제(최대 10%할인) 정책에 대해 검토하고 새롭게 만들어 나가야 한다. 유럽이나 일본처럼 출판·서점계를 보호하는 차원의 완전도서정가제를 주장하는 입장이 있는가 하면 소비자의 권리를 이야기 하며 가격정책은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쉽지 않은 문제이지만, 아무튼 책을 단지 공산품처럼 여기고 가격으로만 모든 것을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실상 도서정가제 덕분에 지난 2~3년간 독자를 직접 만나는 독창적인 책방이 전국적으로 엄청나게 많이 생겼다. 기존 신간을 판매하는 단행본 위주의 서점과 중고 헌책방, 또 특정 장르나 분야별 도서를 모아놓은 서점에서부터 책을 만드는 책방, 도무지 어디서 이런 기발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는 걸까 싶은 독립출판물들까지. 얼마 전까지 전국의 내노라 하는 카페를 순례하고 브런치를 먹는 것이 유행이었다면, 이젠 지역의 작은 책방을 다니며 그 책방에서만 살 수 있는 것들을 구입한다. 대량홍보에 묻혀 있던 귀한 책들이 소개되고 소규모 문화 활동이 빈번해지고 매니아들이 생겼으며 대량화 물량화를 거부하는 흐름도 만들어 나가는 듯하다. 문제집이나 학습지를 팔지 않으면서 예쁘고 독특하게 공간을 꾸미고 주인장의 이야기를 담은 책방들이 많아지는 것이 모두 매출이나 독서량으로 이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역 동네책방 주인장들은 예쁘게 사진만 찍고 가는 이들이 많을 때면 힘이 빠진다고 하고, 전세 기간이 끝나가 갑자기 오른 임대료 등 때문에 계속 책방영업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걱정이라고 한다. 서로 안쓰러워하고 격려하면서 버텨보자고 하지만, 함께 무언가를 도모하기에는 작은 책방들은 저

 마다 있는 동네에서 고군분투-살아남기도 버겁다. 결국 출판과 서점이 서로 상생하며 독자들을 이끄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다.

 

▲전국 동네책방 97곳 ‘특별한 책들’

 한 달 전 쯤 편집자였던 한 사람의 제안으로 오프라인 동네서점에서만 판매되는 특별판 도서가 제작되었다. ‘동네서점을 살리자면서 좋은 이벤트는 모두 온라인 서점이나 대형서점하고만 하는 출판계의 세태에 울컥한 마음에서’ 제안한 일이었고 이 일이 어떻게 진행될런지 알 수 없었단다. 텀블벅 같은 시스템을 통해 개별 책을 만들어 판매하는 일은 있지만, 서로 연결점이나 어떤 네트워크도 만들어 진 적이 없는 전국의 동네서점들이 오프라인에서만 판매할 목적으로 책을 제작해서 일제히 판매하는 일이 과연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이었다. 예상 판매량에 따라 책이 제작되는 현실에서 일정 부수를 넘기지 못하면 아예 이벤트가 무산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놀랍게도 지난 주말부터 우리 숨책방을 비롯한 전국의 97군데 동네책방에서 드디어, 온라인서점하고 대형 체인서점에서는 살 수 없고, 오직 동네서점에서만 판매되는 특별한 책이 판매되기 시작했다. 민음사와 함께 쏜살문고 특별판으로 진행되는 김승옥의 ‘무진기행…과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이 그것이다. 문고판의 특징과 새로운 디자인으로 멋진 책이 만들어 졌다.

 얇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책 ‘인간실격’을 받아 진열하면서 생각했다. 앞으로의 책방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상상하는 것이 현실이 되는 일은 여전히 덜 자란 어른들의 꿈일 뿐인가? 이 책은 과연 몇 권이나 제 주인을 만날 수 있을까?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사회안에서 우리는 어느 한 면으로만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고, 가장 인간다움을 유지하며 문화를 생산 유지 발전시키는 것 중 하나가 ‘책’이라는 점이다. 지식과 경험이 담겨 이어져 가는, 이 깊이 모를 것을 고르고 매만지며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는 것들이 더 많아지기를 여전히 바라는 오늘이다.

 전국 동네서점 특별판 1.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민음사 쏜살문고:2017). 2. 김승옥의 ‘무진기행’ (민음사 쏜살문고:2017)

문의 062-954-9420

이진숙 <동네책방 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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