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슐랭 가이드는 프랑스 타이어 회사 미쉐린이 출판하는 세계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레스토랑 평가 잡지입니다. 처음에는 자동차 운전자를 위한 안내서였으나 이제는 암행 심사원이 손님으로 방문하여 음식을 먹고 전 세계의 맛집에 별점 세 개로 점수를 매기는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별 3개는 요리를 맛보기 위해 여행을 떠나고 아깝지 않은 음식점, 별 2개는 요리를 위해 멀리 찾아갈만한 음식점, 별 1개는 요리가 특별히 맛있는 음식점 등으로 분류되며 미슐랭가이드에 실리는 것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의 방문이 보장됩니다. 그래서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에는 꼭 가보아야 할 식당으로 기록되기 때문에 영업이익은 물론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최고의 명예를 가진 것임이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미술랭 가이드북에 실린 식당중 주문한 음식이 고객의 식탁에 준비되었을 때 절대 SNS에 올릴 수 없다는 식당의 기사를 보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영업을 잘 하고 있는 훌륭한 음식점 운영자가 자신만의 음식 재료, 조리법, 재료, 용기나 음식의 배치 등 많은 정보가 노출되는 것을 꺼린 이기적인 식당이라고 생각하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식당 운영자의 생각을 알게 된 후에 저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식당 운영자는 정성껏 요리한 음식은 최적의 상태로 고객의 식탁에 준비된다고 했습니다. 따뜻한 음식은 따뜻하게, 차가운 음식은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차가운 온도로 제시되기 때문에 식탁에 놓인 그 순간에 음식은 가장 맛있다고 했습니다. 식당 운영자는 정성껏 요리한 음식을 고객이 맛있게 먹고 행복한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음식에 대한 철학과 신념을 실현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즉,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해서, 혹은 미래의 추억을 위해 사진을 촬영하는 것보다는 음식이 가장 맛있는 ‘지금’ 이 순간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를 우리에게 알려주었습니다.
얼마 전 여성가족부에서 우리나라 청소년 100명 중 6명은 주중에 아버지를 전혀 만나지 못하며, 청소년 중 53.5%만 결혼해야 된다고 응답했다는 청소년 실태조사를 발표했습니다. 외지에서 근무하는 아버지와는 주말에만 만나고 주중 전화 통화조차 안하다보니 아버지와 함께 있을 때 어색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청소년 중 절반은 결혼을 해도 아이를 꼭 낳을 필요가 없다고 했습니다.
혹시 우리 자녀들에게 ‘먼 내일’을 위해서, 지금 먹기 좋은 영양 많고 맛있는 음식을 SNS에 올리기 위해 사진을 촬영하는 동안 음식은 다 식고 뻣뻣해진 것은 아닌지요. 미슐랭 가이드북에 실린 식당의 운영자가 SNS게시를 위한 사진 촬영을 금지한 이유를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김경란 <광주여자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kimklan@kw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