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유치원에서 오랫동안 많은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를 만나면서 마음이 답답했던 적이 많았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오랫동안의 현장 경험을 통하여 지금, 당장, 눈 앞에서 아이들에게 숫자 하나와 글자 하나를 알려주는 것이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지금 경험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흥미를 가지고 어떤 일을 해야하는지 말씀드려도 부모님께서는 학습지를 풀게 하면서 자녀의 즐거움을 눈여겨 보지 않으셨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현장에서 늘 아이들과 만나시는 선생님들께서는 정서적으로 불안한 아이들이 크게 늘었다고 합니다. 교육부는 2009년 학교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돕기 위해 학내 상담실인 ‘위클래스’를 개설하였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6000여 개소의 초등학교 중 위클래스가 설치된 곳이 2168교(35.9%)에 이르고 전문상담인력이 있는 학교도 1103교에 이르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시군구의 정신건강복지센터를 통해 벌이는 아동청소년 정신건강증진사업으로 30억 원 이상이 책정되고 있습니다. 여성가족부에서도 학령기 아동이 기숙생활을 하며 심리치유를 받을 수 있는 디딤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시설에는 이용 희망자들이 많아 최장 4개월의 프로그램이 끝나면 재이용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오랫동안 영·유아와 다양한 학생들을 만나고 그들의 부모님과 자녀 양육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하던 저는 드디어 염려하던 일들이 눈 앞에서 펼쳐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기사를 읽다보면 기사글 아래 댓글 역시 저와 똑같은 생각을 하시는 독자분들의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중요한 것들을 간과하면서 오랫동안 불필요한 것들에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왔다는 반성의 글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초등학생들이 부모님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이 “함께 놀러가자”, “사랑한다”, “잘했다” 라는 충남교육청의 조사결과에서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또 청소년들이 아버지와 함께 있는 것이 어색하여 자기 방으로 슬그머니 들어간다고 합니다.

 과연 우리가 삶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누구인지요? 우리가 금쪽같이 소중하다고 말하는 자녀들이 원하는 경험은 뒤로 미룬 채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꼭 한 번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자신의 발달에 적합한 경험을 해야하는 아이들은 노는 시간 없이 학습지에 매달려 있고, 부모님과 행복한 경험을 하고 싶어하는 우리 자녀들은 부모님과 함께 같은 공간에 있는 상황이 어색하여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고 있다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이제는 자녀의 신체적 건강은 물론 마음의 건강을 보듬고 챙겨주어야 합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가는 것은 물론이지만, 세 살때의 정서상태가 여든까지 자녀의 정서상태가 된다는 많은 연구 보고가 있습니다. 정서적으로 느끼는 행복감도 습관입니다. 그리고 변화하지 않는 삶의 태도입니다. 환절기에 자녀가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부모님께서는 영양제를 챙겨주고 이불을 덮어주셨습니다. 마찬가지로 이제는 자녀의 마음이 건강할 수 있도록 자녀의 얼굴표정을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김경란 <광주여자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kimklan@kw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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