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초등학교 학생부터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우리 아이들은 자신을 소개하라는 요구를 받으면 잠시 침묵에 잠깁니다. 우리 아이들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즐겁게 오랜 시간 몰입할 수 있는지, 앞으로 하고 싶은 직업은 무엇인데 그 이유가 어떤지,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요즘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와 같은 자신에 대한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에 대해서 답하기 가장 어려워합니다. 한편, 부모님께서 자신이 어떤 직업을 갖기를 원하는지, 부모님께서는 자신이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화를 내시거나 싫어하는지 등은 명료하고 또렷하게 짧은 시간에 답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알 수는 없으면서도 부모님의 생각에 대해서는 부모님보다 더 잘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자녀들은 자신이 주인공이 아닌 자신의 삶의 무대에서 부모님께서 주인공이 꼭두각시처럼 팔, 다리를 움직이고 있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 아이들은 자신의 의견과 생각은 없는 일상을 살아가면서 무기력함을 느끼고 있게 된 것입니다.

 부모님께서는 자신이 절대 하지 못했던 많은 일들에 대해 부모님 대신 자녀가 성취하고 이루기를 요구합니다. 부모님의 기대가 너무 이상적이고 완벽하기에 아이들은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할 수 없고 자신의 무능력함에 자신에 대한 존중감은 점점 사라지게 됩니다. 또한 부모님께서 원하시는 일상을 살아갈 수 없습니다. 짧은 시간 숙면을 취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하루 종일 학교와 학원에서 학습한 내용을 복습하고 내일 학습은 예습하는 교과서에서 보았던 아이의 모습을 기대하고 있기에 자녀들은 지친 하루를 지내고 가정에 돌아와 충전하기 보다는 부모님과 갈등을 경험하고 방전된 상태에서 다음날 등교하게 됩니다.

 혹시 오늘도 자녀가 이루기를 바라는 부모님의 성적이나 취업에 대한 요구가 실현되지 않아 자녀에 대한 실망 때문에 웃는 얼굴로 인사를 나누지 못하셨는지요?

 그런 시간이 반복된다면 자녀 역시 부모님의 자녀에 대한 불만스러운 마음을 알고 일상생활에서 자신감을 잃어갈 수 있습니다. 대학생이 된 자녀들조차도 “부모님은 어떤 사람으로 자녀를 키우고 싶으셨을까?” 라고 물어보면 아이들은 ‘너무나 완벽해서 우리는 절대 만족시킬 수 없는 사람’이라는 대답을 합니다. 어떤 사람인지 다시 한 번 물어보면 ‘공부도 잘 하고 성격도 좋아서 친구들에게도 인기가 있고, 부모에 대한 따뜻한 마음도 있고, 그렇다고 공부만 해서 허약하면 안 되니까 운동도 좀 할 줄 알고,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뚜렷하지만 타인에 대해 베풀 줄도 아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 부모님께서 가장 많이 반복하신느 말씀 중 “아빠, 엄마 좋으려고 그러는게 아니야! 다 너희들 잘되라고 그러는 거야!” 라는 말씀을 끊임없이 하십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부모님들이 되지 못했던 모습을 왜 우리에게는 되라고 요구하시나요!’ 라는 마음이 든다고 말합니다. 직업세계에서도 부모님께서 살아오신 예전과 다르게 우리 아이들은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아가게 됩니다. 이제부터 자녀들의 무대에서 주인공은 자녀 자신이 되어야 합니다. 자녀의 생각을 존중해주시면 자녀는 스스로 결정한 상황에 대해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게 될 것입니다. 자녀의 생각을 존중하고 자녀가 주인공이 되었을 때에만 자녀는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책임지면서 살아갈 수 있는 독립된 성인이 될것입니다.
김경란 <광주여대 유아교육과 교수>
kimklan@kw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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