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녀를 양육할 때 양육자의 중요한 역할은 발달이 많이 이루어지는 결정적인 시기를 놓치지 않아야합니다. 우선, 언어발달이 느린 아이라면 청각의 문제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아이의 이름을 불렀을 때 고개를 돌려 말하는 사람을 보고 물건이 떨어질 때 소리가 난 곳을 보는지 점검하셔야 합니다. 만약 듣기에 어려움을 보인다면 만 4, 5세 이전 청각적인 문제를 해결해야만 언어 발달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우리 아이들은 외국어 하나는 잘 하도록 키우고 싶은 부모님의 욕심으로 엄마, 물 정도를 말할 수 있는 어린 연령임에도 영어 애니매이션이나 영어 이야기책 등 외국어로 듣기와 말하기 환경을 제공해주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외국어 교육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생각에 모국어로 ‘엄마, 맘마, 물’정도로 말하기를 막 시작하는 자녀에게 영어를 들려주는 것입니다.
제가 원장으로 근무하던 어린이집에서 하루 종일 “버럴러러”라는 발음을 즐기던 3세 남아를 보았습니다. 자녀를 잘 키우고자 하는 욕심에 영어 테이프가 흔하지 않던 20년 전에 외국에 오가는 지인들에게 영어 학습 비디오, 영어 그림책을 부탁해 하루 종일 영어환경에 노출되다보니 만 한 살이면 가능한 “엄마, 맘마”라는 발음도 하기 어려워했습니다. 언어 발달의 근본은 모국어 능력인데 모국어를 듣고 기억할 수 있는 모국어 발달의 기회를 잃어버렸던 것입니다.
특히 유아용 영상 자료로는 유아의 반응에 따른 상호작용보다는 일방적인 자극이므로 학습효과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특히 녹음된 비디오나 오디오를 아이 앞에 놔두었을 때에는 의미 없는 소음을 들은 것과 유사한 반응을 보이게 됩니다. 이제부터는 아이의 행동을 보고 모국어로 설명해보시기 바랍니다. 과자를 먹고 있는 아이를 보고 “우리 민호가 손으로 과자를 집었어, 냠냠 맛있게 먹네”, “우리 수민이가 휴지로 손을 닦고 있네”, “손에 묻은 빨강 물감이 지워졌네” 혹은 아이가 “물”이라고 말하면 “한참 달리기를 했구나. 이제는 물이 먹고 싶어?” 아이의 상황과 행동을 언어로 표현해주는 모든 상황이 언어발달을 돕는 가장 좋은 환경입니다. 자녀가 표현하는 언어가 또래와 비교했을 때 비슷한 수준으로 발달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부모님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모국어 발달이 인지발달이나 또래와의 사회성 발달 등 전반적인 발달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이제부터는 자녀가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많이 말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시기 바랍니다.
김경란 <광주여대 유아교육과 교수>
kimklan@kw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