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온 가족이 집안에서 긴 시간 머물러 있기는 모두 처음인 듯합니다. 초, 중, 고등학교, 대학교마저 개학이 연기되고, 어린이집, 유치원은 휴원을 하고 학원마저도 갈 수 없어서 아이들이 하루 종일 집안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외부에서 지내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다보니 부모님도 퇴근을 빨리해서 온 가족이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일터로, 학교와 학원으로 가던 발걸음을 멈추니 가정을 중심으로 자리 잡은 복잡하고 다양한 매체가 보입니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 우리의 정신을 빼앗아가는 다양한 일상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기에 가족 간에도 서로의 마음을 잘 알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우리 부모님들은 자녀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에 열심히 일해서 부족한 것 없이 자녀를 키우고 싶어서 자녀에게 많은 것을 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자녀는 “부모님이 저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뭘 좋아하는지, 뭘 잘하는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합니다. 부모님들은 “우리 애는 가만히 앉아서 진득하게 할 수 있는게 없어요”라고 걱정하셨습니다.

이제는 우리의 일상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허락되었습니다. 혹시 자녀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물건을 잔뜩 사주셨는지요?” 아빠, 엄마가 바쁘고 힘든데 아이가 심심해하는 것 같아서 새 장난감을 사주고, 아이가 혼자서도 잘 놀 수 있도록 스마트폰을 주어서 아이가 혼자 놀 수 있도록 하지는 않으셨는지요?

자녀의 재능을 발견하고 자녀에게 부모님의 사랑을 전하기 위한 첫 번째는 부모님의 시간을 아낌없이 내주는 것입니다. 아이에게 독서 습관을 형성시키기 위해 그림책 읽어주는 앱을 다운받아서 들려주셨다면 이제는 부모님의 음성으로 책을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그림책의 주인공이 되어 간접 체험하는 아이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 할 것입니다.

그리고 뒹굴면서 특별한 배움이 없는 것 같은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불안한 마음에 무엇이라도 배우게 하자는 심정으로 학원에 보내셨는지요? 그렇다면 이제는 잠시 학원에 갈 수 없어 집에서 뒹굴고 있는 아이 곁에서 함께 뒹굴어보시기 바랍니다. 아무것도 하는 것 같지 않아 불안하기만 했던 아이는 뒹굴면서 재미있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상상의 나래 속에 들어간 아이는 자신의 생각을 곁에
있는 부모님께 재미있게 들려줄 것입니다.

평소에 자녀가 전화기, 엘리베이터에 적힌 숫자를 좋아한다면 큰 종이에 숫자를 쓰고 자신의 생일, 우리 집 아파트 동, 호수, 주변 가족의 전화번호까지 다양한 숫자를 써 볼 수 있습니다. 아이가 곤충에 관심을 보인다면 곤충 책도 보고 그림도 그리고 곤충의 이름을 함께 외우고 퀴즈를 맞히며 다양한 곤충에 대해 알아보시기 바랍니다. 특별한 물건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오직 색연필과 큰 종이만 있다면 하루 종일 할 수 있는 놀이입니다.

저는 요즘 성인이 된 아이와 함께 많은 시간을 함께 지내면서 그 때는 몰랐던 ‘새로운’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왜 스승의 날이면 고등학교 1학년때 담임 선생님 생각을 하게 되는지? 아이가 중학교 때 친했던 친구들은 지금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 듣고 있습니다.

파인애플을 좋아했던 아이가 3년전 어느 날부터 파인애플을 안 먹겠다고 했던 이유도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해야 하는 지금의 상황속에서 서로 갈 데가 마땅치 않다보니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그 때는 바빠서 모르고 스쳐지나간 아이의 사춘기 시절의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우리가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가족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물론 우리 모두는 다시 일터로, 학교로, 학원으로 많은 사람들 속에서 생활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합니다. 그렇지만 우리에게 불가피하게 주어진 지금은 자녀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면서 부모님의 시간을 통해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이 많이 전달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문의 : kimklan@kwu.ac.kr
김경란 <광주여대 유아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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