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란 교수 자녀교육법]
요즘 우리는 심리적 거리는 가까워야하지만 신체적 거리를 유지해야하는 특별한 상황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침에는 등교 준비로 분주했고 밤이 되어서야 사춘기 자녀를 만나던 일상 대신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자녀와 함께 ‘가정’이라는 작은 공간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족간 갈등이 심각해져 부모님들은 스트레스가 많아지고 자녀들은 빨리 학교에 가고 싶다는 소리가 들려오는 등 심리적 거리 역시 멀어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엄마, 아빠와 함께라면 다 좋아요!”라고 말하던 어린아이들도 하루 24시간을 가정에서 생활하다보니 투정이 늘고 떼가 늘었다고 합니다. 더군다나 “엄마, 아빠를 사랑하지만 함께 있고 싶지는 않아요!”라고 말하던 중·고등학생 자녀들은 하루 중 짧은 시간에도 갈등이 많았는데, 요즘처럼 긴 시간 동안 가정에서 부모님과 함께 생활하면서 지금보다 훨씬 먼 심리적인 거리 유지를 원하고 있습니다.
심리학자인 매슬로우는 인간의 성장에 따른 5단계의 욕구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출생 후 어린아기가 모유나 우유를 먹은 이후에 소화력이 좋아지면서 이유식과 밥을 먹게 되는 것처럼 누구에게나 공통적인 일반적인 경우입니다. 인간도 첫 번째 단계의 욕구가 충족돼야만 다음 단계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처음 단계는 배고픔과 수면, 배설 등을 충족해야하는 생리적인 욕구입니다. 두 번째 단계는 안전의 욕구로 자신이 신체적으로 편안하고 정서적으로 안심할 수 있는 환경에 대한 욕구입니다. 세 번째 단계는 자신이 가족과 학교, 친구들과 함께 있어서 사람들에게 사랑과 인정을 받고 있다는 소속감과 애정의 욕구입니다. 네 번째 단계는 자신이 사랑받는 가치 있고 소중한 존재이며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유능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자아존중감의 욕구입니다.
4단계의 욕구를 모두 채운 이후 마지막 5번째 단계는 자아실현의 욕구로서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부모님께서는 아직도 사춘기 자녀에게 영양가 많은 식사와 안락한 잠자리 준비에만 관심을 갖고 계신가요? 지금 사춘기 자녀는 부모로부터 사랑받고 소중한 존재라는 느낌을 받고자 원하는 연령의 자녀라면 지금 무엇을 위해 노력해야할까요? 어린 자녀는 좋은 음식을 먹여주고 안전하게 보살펴주면 만족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자녀의 연령이 증가하면 자녀는 부모로부터 원하는 것이 달라집니다.
이제부터는 자녀가 자아존중감을 갖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기 위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 할 수 있도록 자녀의 영역을 존중해주시기 바랍니다. 혹시 지금 당장 자녀를 칭찬할만한 일이 생각나지 않을 때에는 “네가 태어난 날, 할머니는 너를 만나기 위해 3시간이나 차를 타고 오셨거든”, “네가 첫 걸음을 떼던 날에는…” “네가 책가방을 처음 들고 학교에 가던 날에는…” 등 자녀의 어린 시절 모습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자녀의 성장에 대해 감사와 사랑을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우선 자녀의 발달단계를 이해하고 자녀가 가정에 함께 있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자녀의 방을 학교나 학원이라고 생각하고 출입을 삼가하시기 바랍니다. 자녀의 영역을 존중하는 첫 번째 방법은 자녀와 약속한 일정 이외에는 자녀에게 신체적 거리는 물론 심리적 거리를 유지하시기 바랍니다.
이제 자녀에게 주어진 하루, 하루를 살아가게 하기 위한 원동력은 부모님의 지시와 명령이 아닌 부모님의 말없는 지지와 사랑이 담긴 지원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김경란 <광주여대 유아교육과 교수>
kimklan@kw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