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눈물

석쇠 아래로 돼지기름이 뚝뚝 떨어진다

아버지는 고기 한 점을 집어 굵은 소금에 찍어드신다

나는 사홉들이 소주 뚜껑을 따다가 그만 엄지 손가락을 다쳐 피가 났다

행여 아버지가 볼새라 행주로 손가락을 감았다

아버지 한 잔 받으세요

아버지는 아이처럼 흡족해 하시며

소주 한 잔, 돼지고기 한 점씩을 일정한 간격으로 잡수신다

 

퇴직 하신 후,  아버지는 날마다 야위여가셨다

얼굴 위로 솟아나는 광대뼈 그리고 어두운 눈빛

숯처럼 시커먼 눈썹만이 이전의 아버지 같았다

엄마의 앙칼진 푸념은 아버지를 점점 오그라들게 했고

정갈하던 공무원의 몸가짐도 차츰 흐트러지셨다

 

아버지 한 잔 더 받으세요

나는 공손하게 소주를 따른다

아버지는 마치 어려운 사람을 대하듯

두 손으로 잔을 받치고 나는 울컥울컥 목이 메인다

석쇠에서 돼지고기 하릴없이 뚝뚝 기름만 떨구는데

나는 자꾸만 아버지의 눈물 같아 가슴을 뜨겁게 데인다

최순덕 시민기자 rachel_11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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