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약 함박꽃
봄이 이울어 가는 계절의 언덕에
모란은 지고
작약 함박꽃 핀다
어찌 그리 이쁘게 닮아
모란은 애달픈 이별가를 부르고
작약은 산뜻한 풀잎사랑을 노래한다
남도의 산하에 불어 오는
시원한 산들바람 걸리는 언덕
살며시 새악시 고운 미소로
연분홍 작약 함박 웃음꽃 핀다
모란은 지고 작약이 피는 계절
분홍색 꽃잎 속 수술에
깊숙히 파고드는
달콤한 벌들의 애틋한 사랑
분홍빛 작약 함박꽃은 그만
그 치명적인 애무에 놀라
떨리는 가슴 설레는 마음에
애틋한 사랑 그리움으로 핀다
나상기
나상기
50년 동안 ‘재야 민주화운동’에 몸 담아 온 나상기 선생은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인생의 전환점에서 사진기를 들었다. “조급하게 변화시키려고 했던 과거에 대해 반성하고, 느긋하게 바라보면서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걸 깨달은” 뒤였다. 지금 그는 스스로를 ‘재야 사진가’로 칭하며, 남도 지방 사계절 풍경과 꽃을 담아내고 있다. 인생 2막, 여전히 ‘중심 아닌 곳’에 눈을 대고 있는 나 선생은 그동안 찍은 사진에 시적 감상까지 더해서 최근 ‘시사집(詩寫集)’을 발간한 바 있다.
나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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