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대영 영화읽기]

모 기업의 서울 본사에서 근무했던 이혜원(이나원)이 경기지사로 대기발령 받아 내려온다. 무슨 일이 있었던 모양이다. 경기지사의 팀장(박성일)은 부하직원인 이현제 대리(조대희)에게 이혜원을 압박해서 회사를 그만두게 하라고 명한다. 상관의 명을 따라야하는 이 대리는 혜원을 압박하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사회생활’은 스스로 회사를 그만 둘 마음이 없는 자와 버티는 사람을 내 쫓아야 하는 자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이고 보면 두 사람 모두 곤혹스럽고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이유로 이 영화는 이들의 숨이 막힐 듯이 갑갑한 마음을 대변하는 영화 형식을 고민했다. 핸드헬드 롱테이크(handheld long take)! 그러니까 카메라를 들고 오래 동안 이들의 언행을 지켜보는 것이 그것이다. 예컨대, 회의 준비로 다들 바쁜 와중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우두커니 앉아 있는 혜원을 3분 넘도록 카메라가 지켜보는 장면이 그런 경우다. 이 시간을 버티는 혜원이나 이를 지켜보는 관객들이나 숨이 막히기는 매한가지다. 

‘사회생활’은 82분여의 상영시간 동안 50개가 안 되는 쇼트로 구성된 영화다. 일반적인 상업영화의 쇼트가 10초를 넘지 않는 것에 비해, 이 영화는 1~2분 이상의 쇼트가 편집 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시대 감독은 편집을 최소화해서 두 인물에게 부과된 무거운 공기와 답답한 마음을 전달하고 싶었던 것이다.

또한, ‘사회생활’은 롱테이크를 활용하고 있는 것 말고도 화면을 구성하는 것에 있어서도 인물들을 옥죈다. 사무실 내 이대리와 혜원이 위치한 자리도 그렇고, 두 인물을 카메라가 포착하고 있을 때 이들의 전경과 후경에 팀장이나 직원을 배치시키고 있는 것도 그렇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롱테이크와 미장센이라는 영화 언어를 통해 이 대리와 혜원이 답답하고 난처한 국면에 처해 있음을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장면은, 두 사람이 비좁은 편의점에서 등을 보인 채 도시락을 먹으며 대화하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때 카메라는 5분 넘도록 이들을 지켜보고 있고, 편의점 안의 두 인물 역시 갇혀 있다는 느낌이 들도록 화면이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이렇듯 ‘사회생활’은, 영화의 형식적인 측면에서 어떻게 내용을 전달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는 영화다. 

그러나 영화 속의 두 인물에게 공감할 수 있는가를 묻는다면 네, 라고 답하기가 망설여진다. 혜원은 서울 본사의 유부남이 자신에게 사랑을 고백하자 이를 강단 짓게 매듭짓지 못하고 끌려 다니다가 추문에 휩싸였다. 그러나 영화는 이 인물이 자신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연출하지 않는다. 자신이 무엇 때문에 곤경에 처했는지를 능동적으로 피력하고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사회생활’은 주인공 인물이 곤경에 처하고 이를 헤쳐 나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굴곡의 드라마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 

이현제 대리의 태도도 공감이 안 되기는 마찬가지다. 이 대리는 혜원을 지켜보는 과정에서 혜원에 관한 몇 가지 정보를 얻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혜원이 일을 잘했던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데 이 대리는 자신이 곤경에 처하게 되자 혜원에 대한 악담을 늘어놓는다. “나약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쉽게 포기하고 뭘 시키면 처리를 못했다”는 내용이 바로 그것이다. 이 대리가 자신의 생존을 위해 자신을 속이는 순간 이 인물은 극 속에서 성장을 멈춰버린다.

수많은 이야기예술 속의 인물들은 어떤 식으로든지 성장하며 마무리 된다. 그러나 <사회생활>의 두 주인공은 성장하는 것을 멈추거나 포기한다. 

그런 점에서 ‘사회생활’은 영화미학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는 영화가 분명하지만, 인물들의 성장이 없는 영화다.
조대영 <영화인>

조대영이 펴낸 책 영화, 롭다.
조대영이 펴낸 책 영화, 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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