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석 사회분석] “좋은 성적만 낸다면,
나중에 고마워할 것”이란 가정
며칠 전 고 최숙현 선수의 감독이었던 김규봉 씨가 구속되었다. 고개를 숙이고 수갑을 차고 경찰에 끌려가는 모습은 참 초라했다. 얼마 전까지 선수들 앞에서 호령하던 근엄한 모습은 사라지고 범죄자의 초라한 모습만 남았다.
국회에서 청문회를 할 때까지만 해도 그에게서 반성의 모습은 볼 수가 없었다. 아무리 국회의원들이 호통을 치고, 진실을 물어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자신의 죄를 덮으려하기보다 그는 진심으로 자신이 교육적으로 잘못이 없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의 구속을 보면서 우리는 교육이 죄가 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숭고한 교육 혹은 지도가 어느 순간에 폭력과 범죄가 되었을까? 이는 한국사회에 만연한 교육 방법에 내재한 폭력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왜 수차례 문제가 드러났음에도 스포츠계의 폭력성은 사라지지 않는 것일까?
스포츠 등 사회 전반의 성공 지상주의
가장 핵심적인 것은 성공지상주의이다. 이는 꼭 스포츠 영역 안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고, 사회 전반에 공통적으로 퍼져있는 가치관이다. 좋은 성적을 내게 되면 비록 폭력을 이용해도, 그때는 괴로워해도 나중에 고마워할 것이라는 가정이다.
학교에서 체벌은 법적으로 금해졌지만 지금도 공공연하게 학원에서 체벌은 부모와의 합의아래 지속되고 있지 않은가? ‘영화 4등’에서 어머니는 코치에게 자녀가 수영에서 매달을 딸 수 있도록 지도해줄 것을 부탁한다. 코치는 체벌을 통해 주인공을 훈련하면서 “그때 잡아주고 때려주는 선생이 진짜다. 내가 겪어보니 그렇더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체벌을 정당화한다. 이는 단순히 정당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이자, 한국사회에서 당연한 교육적 방법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교육자, 지도자 또는 그와 비슷한 위치에 있는 누구라도 과정은 도외시하고 결과만을 중요시한다면 어디서나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다음은 지도자들의 교육관이다. 한 논문에서 선수들은 자신들이 시합에서 부족했던 것을 기술이나 자신감이라고 했던 반면에 감독들은 집중력이라고 했다고 한다. 즉, 감독들은 지금까지도 정신력이 시합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이 정신력이라는 것은 일종의 느슨함으로 체벌 등을 통해서 긴장감과 공포감을 유발해야 진작된다고 생각한다. 학생과 선수들에게 체벌보다는 설명이 더욱 효과가 좋다고 과학적 근거를 아무리 대도 효과가 없다. 과거 히딩크 감독이 가져온 보여준 새로운 코치법이 사람들의 관심과 인기를 끄는 계기가 되었지만, 그것이 다수의 스포츠 지도자에게 일반화되기에는 사회적 한계가 있었다.
인간에 대한 관점굚 능력 개발 방식 점검해야
마지막으로 자기중심적 사고 때문이다. 그들의 폭력이 아무리 당사자의 이익과 교육적 목적을 위해서이지만 폭력과 범죄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그들은 자신들이 속한 체육계가 외부에 존재하는 상식과 법보다 더욱 가치 있고 권위 있는 것으로 생각했을지 모른다. 법적 처벌 과정을 거치면서 나쁜 방법은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 어렸다는 점, 자신의 경험과 주관이 아무리 타당해보이더라도 사회적 변화와 법률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 점을 뒤늦게 깨달았을 것이다.
체육계 등에서 발생하는 체벌은 짧은 시간에 변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체벌은 인간에 대한 이해, 태도 등에 바탕을 두고 있기에 잠시 폭력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어도 폭력은 변형되고 음성화된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체육계를 비롯한 교육의 모든 영역에서 폭력이 사라지기 위해서는 인간에 대한 관점, 성공에 대한 관점, 능력개발의 방식에 대한 관점 등이 변해야 한다. 동물을 다루는 방식과 흡사한 행동주의적인 보상-처벌 모델도 바뀌어야 하고, 스포츠 영역에서 프로선수로 진입하지 못하거나, 세계대회에서 매달을 따지 못해도 스포츠 인으로 사회적 생활이 가능하도록 스포츠인의 여건도 개선해야 한다. 고 최숙현 선수의 한을 풀어주는 것은 단순히 가해자 처벌에 멈추어서는 안 되고, 그러한 행동을 만들어낸 문화적 신념, 체육인 양성과 복지에 대한 시스템, 인간에 대한 교육철학 등을 전반적으로 반성해야 한다.
정의석 <지역사회심리건강지원그룹 모두(주)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