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미 생활심리]쉬운 게 잘 안되는 이유
‘마스크 좀 써주세요’라는 말에 ‘네가 뭔데’라는 말을 하며 욕설과 막말,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주 접하는 요즘이다. 코로나와 함께 생활한 지가 7개월이 넘어가고 있고, 이제 마스크는 생활 필수품이며 쓰지 않았을 때는 ‘불법’으로 간주된다. 특히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승차 거부를 당할 수 있고, 착용하지 않은 것이 적발되면 벌금을 내야 한다. 외출할 때도 필수품이며, 차를 한 잔 마시려 해도 이름과 연락처를 남겨야 한다. 코로나와 함께 7개월을 함께 살면서 사람들은 조금씩 더 불편과 불안, 그리고 우울, 짜증과 같은 부정적인 정서를 경험한다. 코로나 블루다.
확진자가 늘어나면 자가 격리에 들어가는 사람도 함께 늘어간다. 예전에는 모르는 사람들이었지만 요즘엔 아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자가격리자로 통보받았을 때는 ‘왜 나에게 이런 일이’라며 당황하다가,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 ‘불안’해진다. 직장에서 공가로 쉬는 경우는 그나마 다행이지만, 자영업일 경우에는 생존에 대한 불안까지 느낀다. 집에 가족이 있는 경우 감염에 대한 불안과 공간을 분리해서 생활하다 보니 서로 답답함을 느낀다. 격리가 끝나갈 즈음에 다시 감염에 대한 불안을, 직장에 복귀했을 때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 걱정이 된다고 한다.
코로나가 ‘바로 문 앞까지 와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요즘이다. 당신은 어떻게 코로나 블루, 혹은 일상의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있는가. 전문가들은 ‘집안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이나 영화감상, 독서와 같은 취미활동을 함으로써 최대한 ‘원래의’ 일상을 유지하며 기분을 전환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직접 만날 수 없으니 비대면으로 할 수 있는 화상 만남도 권장한다. 전문가의 처방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집 밖의 활동’이 금지되거나 지양되다 보니 이전에 비하면 집에 머무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늘었고 자연스럽게 가족들과 식사하고 어울려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고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뉴스를 보면서, 취소되는 일정을 보면서, 마스크를 두고 나온 자신에게 짜증이 솟구친다. 전문가의 각종 처방전은 말처럼 쉽지가 않다. 아니 누구나가 다 알고 있는 ‘뻔한’ 처방이다. 다 알고 있고 쉬운 처방전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시시해’ 보이기까지 한다. 왜 쉬운데 현실에서 일상에서 실행되기 어려울까.
‘쉽고 단순한 것들’은 왜 행동으로 옮겨지기 어려울까. 가족과 식사하기는 쉽다. 집에 들어가서 함께 저녁을 준비하고 먹으면 된다. 언제라도 가능하다. 하지만 ‘언제라도 가능’하기에 지금 안 한다고 해서 큰일이 나는 것이 아니다. ‘나중으로’ 미뤄도 괜찮다. .
행복에 대해 연구하는 심리학자에 따르면 행복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식사를 할 때’ 가장 많이 느낀다고 한다. 행복은 의외로 간단 명료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 된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시간을 내기 어려워한다. 일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 나중에 ‘꼭’ 해야지 하며 미룬다. 그러고 보면 행복해지는 방법을 몰라는 불행한 것이 아니라, 무언가 ‘하지 않아서’ 불행한 것 같다.
‘쉽고 단순한 것들’은 왜 행동으로 옮겨지기 어려울까. 가족과 식사하기는 쉽다. 집에 들어가서 함께 저녁을 준비하고 먹으면 된다. 언제라도 가능하다. 하지만 ‘언제라도 가능’하기에 지금 안 한다고 해서 큰일이 나는 것이 아니다. ‘나중으로’ 미뤄도 괜찮다.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할 일도, 특별히 스케쥴을 조정해야 할 일도, 큰 돈이 들이는 노력을 해야 할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동기 부여가 잘 되지 않을 수 있다. 행복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일정 정도의 노력이 필요로 하는데, 언제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자극’이 되지 않고 ‘열정’이 필요하지 않는다. ‘그냥 하면 되는’일이다. 그러다 보니 ‘언젠가 해도 되는’ 일이 된다.
말은 쉽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어렵다. 알지만 그 아는 것을 행동으로 옮겨보자. 집에 머무는 동안 홈트도 하고 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생각도 해보고, 그것을 실행하자. 그냥 하면 된다.
조현미 [심리상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