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상기 시로 읽는 사진]꽃무릇

핏빛 꽃무릇

어느새 산허리를 휘감아 돌아
선선한 바람 불어오는
고독한 시간에
그리움을 기다리는
가을은

남도의 붉은 꽃무릇이
산하에 진하게 피어
핏빛 그리움으로
물들어 가는 계절이다

그리움을 기다리는
가을은
익어가는 세월에
붉은 가슴 애틋한 시간이다

그리움에 기다림을 보듬고
만나지 못해 서러워
안타까운 꽃무룻 사랑은
핏빛 그리움만 더해가는데

그리움 기다리는
그 세월
붉은 가슴속에 숨어 피는
꽃무릇은
그리운 님 만나지 못하고 
가을바람 속에 그리움만 애태운다

징하게 붉은 님으로 오시는
용천사 불갑사 꽃무릇
붉은 언덕을 지나
스치는 바람사이로 들려오는
산사의 풍경소리에
가난한 영혼은
그 고독한 시간을 달래고 있다

                                 나상기


50년 동안 ‘재야 민주화운동’에 몸 담아 온 나상기 선생은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인생의 전환점에서 사진기를 들었다. “조급하게 변화시키려고 했던 과거에 대해 반성하고, 느긋하게 바라보면서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걸 깨달은” 뒤였다. 지금 그는 스스로를 ‘재야 사진가’로 칭하며, 남도 지방 사계절 풍경과 꽃을 담아내고 있다. 인생 2막, 여전히 ‘중심 아닌 곳’에 눈을 대고 있는 나 선생은 그동안 찍은 사진에 시적 감상까지 더해서 최근 ‘시사집(詩寫集)’을 발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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