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상기 시로읽는 사진]수묵화를 그리다
수묵화를 그리다
산허리를 휘감고 돌아
들녘에 내려 앉은 운해(雲海)
붉은 여명을 품고
동트는 아침 햇빛에
한폭의 수묵화(水墨畵)를 그린다
신선이 거닐어 노니는
구름 안개 사이로
흘러가는 세월은
가을 시간을 담아
한폭의 동양화를 그린다
세월가는 시간이야
익어가는 세월이 아니더냐
스쳐가는 시간에
지나가는 세월을 붙들지 말고
지혜의 강으로 흘러 보내자
나상기
50년 동안 ‘재야 민주화운동’에 몸 담아 온 나상기 선생은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인생의 전환점에서 사진기를 들었다. “조급하게 변화시키려고 했던 과거에 대해 반성하고, 느긋하게 바라보면서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걸 깨달은” 뒤였다. 지금 그는 스스로를 ‘재야 사진가’로 칭하며, 남도 지방 사계절 풍경과 꽃을 담아내고 있다. 인생 2막, 여전히 ‘중심 아닌 곳’에 눈을 대고 있는 나 선생은 그동안 찍은 사진에 시적 감상까지 더해서 최근 ‘시사집(詩寫集)’을 발간한 바 있다.
나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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