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읽는 사진]옥정호 붕어섬

옥정호 붕어섬

어느듯 가을이 깊어가니
들녘 산하에 가을꽃들
들국화 구절초 쑥부쟁이
계절을 달래고 있다

새벽을 가르고 일어서
산그리메 지나 오르는
아침 햇살에 
잔잔히 흐르는 운해
장강을 이루어 가을을 품는다

산봉우리 휘감아 흐르는
짙은 운해는
산허리를 돌아 빛줄기 업고
옥정호 깊은 시간에
한폭의 산수화 수놓는다

구름 바다속에 숨어
아침해를 맞는 옥정호 붕어섬은
제행무상(諸行無常) 기다림에
세월가는 시간을 보듬고
살며시 붕어꼬리를 내민다
                 나상기


50년 동안 ‘재야 민주화운동’에 몸 담아 온 나상기 선생은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인생의 전환점에서 사진기를 들었다. “조급하게 변화시키려고 했던 과거에 대해 반성하고, 느긋하게 바라보면서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걸 깨달은” 뒤였다. 지금 그는 스스로를 ‘재야 사진가’로 칭하며, 남도 지방 사계절 풍경과 꽃을 담아내고 있다. 인생 2막, 여전히 ‘중심 아닌 곳’에 눈을 대고 있는 나 선생은 그동안 찍은 사진에 시적 감상까지 더해서 최근 ‘시사집(詩寫集)’을 발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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