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책방 우리책들]
‘과학이 가르쳐 준 것들’ (바틀비:2020)

과학은 잘 모른다. 고등학교 때까지 배운 것이 전부다. 중학교 때 생물선생님을 좋아해서 열심히 공부했던 기억은 있지만 물리는 시험 볼 때 마다 곤혹이었다. 화학은 그 많은 원소 기호를 외우느라 힘들었던 기억이 대부분이다. 그러니 성인이 되어서 과학책을 들여다 볼 일이 있었겠는가. 

동네책방 숨에는 온갖 종류의 책들이 있다. 그렇지만 과학책은 심히 적다. 작년 출판사의 주선으로 정재승 박사가 오기로 했을 때, 방송을 통해 알던 멋진 분이 오는 구나 들떠 있었는데, 그가 책방에 와서 둘러보면서 ‘과학책은 별로 없네요’라는 말에 꽤 민망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한 시간의 북 토크 동안 그는 주옥같은 어록과 인상 깊은 태도를 보여줬고, 과학자를 만날 일이 거의 없었던 나에게는 꽤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그래도 여전히 우리 책방에는 과학책이 별로 없다.

최근 기후위기와 관련해 환경 생태 서적이 늘긴 했지만 과학에 조예가 깊지 않으니 책을 선별해서 들여놓기가 쉽지 않아서다. 그럼에도 꾸준히 자리하는 과학책은 몇 가지가 있다. 정재승 박사의 책과 함께 이정모 박사의 책이 그렇다. 

올해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의 홍보대사이기도 한 이정모 박사는 국립과천과학관의 관장이고 스스로를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라고 이야기 한다.

사람들에게 과학을 일상의 언어로 쉽게 설명하고 지식적인 과학을 넘어서서 과학 하는 태도를 알려주고 과학과 인간을 연결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의 최신작 ‘과학이 가르쳐 준 것들’ (바틀비:2020)에는 ‘자유롭고 유쾌한 삶을 위한 17가지 과학적 태도’라는 부제가 적혀있다.

보자마자 과학이 어떻게 자유롭고 심지어 유쾌할 수 있지? 라는 의문이 들었다. 과학은 어렵고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 하고 실험실과 연구실의 꼼꼼함은 필수여야 한 것 아닌가?

이정모 관장이 털보 아저씨처럼 인상 좋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해도, 역시 과학 본론으로 들어가면 자유롭고 유쾌하기는 어려울 텐데 싶었다. 

21세기를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과학과 기술을 이해해야 합니다……행복하기 위해서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자는 것입니다. 과학을 입장 바꿔 생각하는 지렛대로 삼아서 말입니다..... 실패, 비판적 사고, 질문, 관찰, 모험심, 현실적인 목표, 측정, 개방성, 수정, 겸손, 공감, 검증, 책임, 공생, 다양성, 행동, 협력이 바로 그것입니다. (6쪽)

행복을 위한 삶의 태도라고 해도 다르지 않은 목록들이 책의 목차를 차지하고 있다. 과학은 어려운 학문적 지식이 아니라 행복을 위한 지렛대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듯 했다. 저자 본인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이라고 고백하지 않았는가. 지나치게 지식과 시험평가를 위한 과학만을 접했던 많은 이들에게 이렇게 재미나게 과학을 소개하는 이도 드물다. 
지난 월요일(2일)저녁 동네책방 숨에서 이정모 관장과 함께 하는 북토크가 있었다. 수많은 과학주제 가운데 ‘기후위기’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요청했던 터였다.

그간 몇몇 강연을 통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고 있어서 이번엔 또 어떤 충격을 받으며 지구를 망가뜨려 온 인간의 행동에 좌절해야 할까 하는 짐작으로 사실 좀 마음이 무겁기도 했다.

이번 주제는 이정모 관장이라도 어쩔 수 없을 거야…하는 생각과 코로나 사태 이후 오랫만에 하는 행사에 30여명의 참가자 숫자는 무척 부담되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지금의 우리는 모두 부담스러운 삶을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정모 관장은 특유의 유머와 쉬운 말들도 지구 탄생부터 앞으로의 미래 몇 백년 후까지 종횡무진하며 오랜 과학의 역사를 통해 밝혀지고 쌓인 지식들을 풀어 주었다.

유구한 지구의 역사 속에 점과 같은 인간의 역사와 그 가운데 온 급격한 변화, 그리고 그것을 해결해야 하는 이유과 방법까지. 시원한 강의를 듣다보니 대멸종과 절망의 원인이 인간이기도 하지만 희망과 해결을 가져올 것도 인간의 몫이었다.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예측을 하고 시도하면 되는 것이다. 실패하면 다른 방법으로 또 시도하면 되는 것이다.

다양한 생태계를 겸손히 인정하고 책임을 가지고 함께 협력하고 행동하면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공생이 가능하리라. 그의 책에 적힌 17가지 태도가 모두 필요한 지금이다.

연구와 방법은 과학자들이 찾아내고 있으니 우리는 그것으로 살아내면 되는 것이다. 희망을 포기하면 해결은 없다. 과학이 가르쳐 준 것들이 삶을 살아나갈 수 있게 한다.
문의 062-954-9420.
이진숙 <동네책방 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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