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란 교수 자녀교육 일기]
대답은 잘 하는데 행동하지 않는 아이를 키우느라 하루 종일 목이 아플 만큼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부모님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왜 아이가 부모님의 말씀에 대답만 잘하고 실천은 하지 않았을까요? 평소에 부모님께서 자녀에게 하는 이야기를 적어보시면 답을 아실 것입니다. 마치 다이어트를 시작할 때 하루 중 먹는 음식의 종류와 양을 적는 것처럼 부모님과 자녀가 하루 동안 주고받은 말을 메모해본다면 자녀의 마음을 이해할 것입니다. 틀림없이 부모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자녀가 모두 행동에 옮겼다면 아이는 하루 종일 너무 분주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대답조차 하지 않는다면 부모님께서는 “너는 왜 대답도 못하니?” 라고 핀잔을 하셨을 테니 아이는 우선 큰소리로 대답해서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고자 했을 것입니다.
혹시 부모님께서는 요즘처럼 일상에서 일이 마음대로 잘 되지 않을 때, 자녀는 부모님보다 힘이 약한 사람이니까 아이의 행동 하나 하나에 대해서 끊임없이 많은 말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보시기 바랍니다.
메사추세츠 대학 캐서린 보너 교수가 요즘 미국에서 자녀에게 잔소리하는 80대 ‘헬리콥터 부모’들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자녀의 SNS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계정을 본 96세의 어머니가 70세 아들에게 “트위터에 욕 좀 그만 쓰거라”라는 댓글을 남겼다고 합니다. 그러자 70세 아들은 “스토킹 하지 마요, 엄마”라고 대댓글을 적었다고 합니다. 보스턴글로브,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들은 미국의 베이비부머(1946~1965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들이 ‘헬리콥터 노부모’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자녀 주변을 헬리콥터처럼 계속 맴돌며 잔소리를 하고, 학교나 직장 일에도 사사건건 간섭하는 헬리콥터 부모들이 이제는 외로움으로 60~70대 자녀에게도 “잠 좀 일찍 자거라”, “젖은 머리로 밖에 나가지 마라”, “오늘은 드레스가 그게 뭐니” 등 끊임없이 간섭을 심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 아이들은 하루 종일 학교, 학원에서 에너지를 다 사용하고 쉬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채 가정에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집이 학교나 학원처럼, 부모님이 선생님처럼 생각되는 상황이라면 우리 자녀들은 어서 자라서 부모 곁을 떠나고 싶다고 할 것입니다. 그리고 독립할 수 있는 연령까지는 참지만 그 이후에는 다시 부모 곁에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대한민국 1인 가구 보고서에 의하면 2017년 1인 가구 예상은 556만 가구였는데 실제 매우 빠른 속도록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1인 가구가 되는 이유는 직장이나 학교, 이혼·사별 등 비자발적인 사유가 60.9%를 차지하지만 ‘혼자 사는 게 편해서’, ‘독립을 위해’ 등 자발적 사유도 점점 늘어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부모님의 말씀에 자녀가 귀 기울여 들어서 대답도 하고 행동에도 옮기게 하려면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부모님께서 자녀에게 꼭 필요한 말을 한 가지씩만 하시면 됩니다. “옷 갈아입고, 가방 제 자리에 올려놓고, 손 씻고 와서 사과 먹자!” 아마 자녀는 옷만 갈아입고 사과를 먹으러 올 것입니다. 그러면 부모님께서는 다시 반복해서 말하고 듣는 아이는 ‘잔소리’가 시작됐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아바타나 로봇트가 아니기 때문에 한 번에 한 가지씩 기억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말씀하시기 바랍니다. “손 씻고 사과 먹자!”라고 한 가지만 말씀하시면 자녀는 “예”라고 대답하고 손을 씻고 기분 좋게 사과를 먹을 수 있을 것입니다.
문의: kimklan@kwu.ac.kr
김경란 광주여자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