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사진]백로의 춤

백로의 춤

순백의 하얀 백로 한쌍이
그리움에 어찌 반가운지
온 몸 양날개 흔들고
형언할 수 없어
님 만나는 사랑의 기쁨에
고혹적인 춤사위를 휘날린다

무등산 증심사계곡 배고픈다리 지나
영산강으로 서해바다로 흐르는
광주천 물길 한 복판에
하얀 백로 한쌍의
초겨울 재회의 만남
멋들어진 춤사위 한껏 뽐내며
청순한 님의 침묵으로
마주하여 부등켜 얼싸 안는다

어찌 그리움에 만남이야
그리도 기쁘지 않겠냐
먼 곳에서 뜻밖에 날아드는 님과
세월지나 오랜 해후에
그만 저절로 온 몸 비틀어
신명나게 춤추는 그리운 혼불
숨가쁜 사랑의 환희를
어디 말로 다 표현할 수 있겠는가

이제는 헤어지지 말자
동지지나 겨울 깊어가는 시간에
마주하여 서로 마음 보듬고
너와 나 가슴기대어
그리움 깊숙히 간직하자

이 겨울 멀리 떠나지 말자
무등산을 품고
빛고을 광주천에 앉아
영산강변 석양에 노을지는
서해바다 붉은빛 낙조를 바라보자
   나상기


50년 동안 ‘재야 민주화운동’에 몸 담아 온 나상기 선생은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인생의 전환점에서 사진기를 들었다. “조급하게 변화시키려고 했던 과거에 대해 반성하고, 느긋하게 바라보면서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걸 깨달은” 뒤였다. 지금 그는 스스로를 ‘재야 사진가’로 칭하며, 남도 지방 사계절 풍경과 꽃을 담아내고 있다. 인생 2막, 여전히 ‘중심 아닌 곳’에 눈을 대고 있는 나 선생은 그동안 찍은 사진에 시적 감상까지 더해서 최근 ‘시사집(詩寫集)’을 발간한 바 있다.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드림투데이(옛 광주드림)를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드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