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미의 생활심리]헛될지라도 수립하라
2020년은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으로 우리가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을 경험했다. 바이러스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거리’두기가 필수가 되고, 많은 직장과 일들이 사라졌다. 산책하고 사람을 만나 카페에 앉아 이야기하는 일상은 더 이상 ‘정상’적 생활이 될 수 없었고, 앞으로 어떻게 세상이 변화하게 될지 그 누구도 단언할 수 없는 ‘불확실성’만 확실해 졌다. 계획되었던 많은 일들은 그 계획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불안, 우울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1년 신년 계획은 무엇인가?
세우기만 하고 안 지켜질 거 같아서, 기대대로 되지 않으면 실망할까봐, 내 뜻대로 안 될 것 같아서, 안 이루어질까봐, 세우면 그걸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스트레스 받을 것 같아서, 혹은 귀찮아서 계획 세우기를 미루는가. 올 해처럼 코로나로 인해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고, 주어진 기회들도 다를 것이니까 계획이 필요 없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어쩌면 무계획이 상책일지도 모른다.
왜 잘 안지켜질까?
목표를 높게 잡고 그걸 달성하기 위해 많은 계획을 세울 때, 현실성이 없을 때, 구체성이 결여된 추상적인 계획일 때 대체로 지키기가 힘들다. 우리가 계획을 세우는 것은 일의 우선순위를 알고 일을 적게 하기 위해서인데 해야 할 일의 양이 많아지면 하기가 싫어진다. 사람들은 자신이 할 일을 통제할 수 없다고 느낄 때 좌절하고 포기하기가 쉽다. 또 너무 계획에 집착하는 경우에도 지켜지기 힘들다. 항상, 그리고 매일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실행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계획 세우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계획에만 집중한 나머지 새로운 변화나 기회, 주변 사람의 요구사항을 알지 못한 채 계획 그 자체에만 신경을 쓰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해처럼 불확실한 미래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계획은 꼭 필요하다. 그 계획이 헛된 것일지라도 계획을 세우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기분을 유지할 수 있고 스트레스에 압도당하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는 불안과 공포에 사람들이 생필품을 비롯한 물건들을 과잉 구매하는 패닉 바잉(panic buying)인 사재기를 한다. 불확실한 미래에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물건들을 갖춤으로써 불안과 공포를 통제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이는 계획을 세우면서 ‘사전 대처’라는 인지과정을 거치는데, 이 과정을 통해 스트레스 발생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은 코로나에 대처하기 위해 사람 많은 곳 피하기와 같은 행동적 요소와 어떻게 피할 것인가와 관련한 계획을 세우는 사고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즉, 계획은 세우는 것 뿐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을 포함한다. 현실성이 없고 구체적이지 않는 계획은 행동하기 어렵고, 해야 할 일이 많으면 행동하기 전에 지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획을 세우면 중요한 일을 잊지 않을 수 있고, 계획이 없을 때 보다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다. 또 감정에 따라, 생각나는 대로 일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논리적인 순서에 따라 일을 한다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 해야 할 일, 하고자 하는 일이 많을수록, 복잡한 일일수록 계획은 철저해야 한다. 그런데 당신에게 철저히 세워야 할 계획은 무엇?
당신은 올 한 해 무엇을 하고 싶은가? 하고 싶은 일의 목록을 먼저 뽑아보자. 그 목록을 뽑고 나면 아마도 어떤 일정을 세우고 싶어질 것이다. 그것이 가능한지, 가능하게 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하지 상황을 예측하고 통제하고 싶어질 것이다. 계획대로 목표에 도달하면 좋지만, 때로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활동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가끔 어디론가 여행을 떠난다는 계획을 세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힐링이 되기도 하니까.
조현미 <심리상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