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서 봄으로-02]

집과 집을 잇고, 사람과 사람을 잇는 길. 눈길 위에 난 사람의 길. 길을 내는 사람은 언제고 있다. 담양 월산면 용암리 홍암마을.
집과 집을 잇고, 사람과 사람을 잇는 길. 눈길 위에 난 사람의 길. 길을 내는 사람은 언제고 있다. 담양 월산면 용암리 홍암마을.

눈이 내려 쌓이고, 누군가는 길을 냈다.
어제까지만 해도 뚜렷하던 길이 지워진 그 자리에 길을 냈다. 집과 집을 잇고, 사람과 사람을 잇는 길. 눈길 위에 난 사람의 길.
길을 내는 사람은 언제고 어디에고 있다.
‘격리’라는 말이 일상에 파고든 요즘, 사람과 사람 사이도 멀어진다.
<방에서 독재했다/ 기침은 내가 억울해하고/ 불안해하는 방식이었다// 나에게 뜨거운 물을/ 많이 마시라고 말해 준 사람은/ 모두 보고 싶은 사람이 되었다…)(박준 ‘여름에 부르는 이름’ 중)
안부를 묻고 챙기는 따뜻한 말 한마디도 불안과 두려움을 밀어내고 서로의 마음속에 길을 내는 말.
어떤 말들은 길을 내고 희망을 전파하고, 어떤 말들은 길을 막고 대책없는 불안과 공포만을 감염시킨다.
‘마스크 대란’이며 ‘불안한 시민’이며 ‘무능한 정부’라는 프레임에 골몰한 유능하신 언론과 기자들이 아니라 소박하고 진심어린 댓글 한마디에서 오히려 길을 찾는다.
<괜히 불안감 조성하지 맙시다.~대한민국 화이팅~~!! 아~ 마스크 급하신 분들 먼저 사세요.~저는 좀 더 재사용하며 버티겠습니다.~~>
팍팍한 현실에 누군가 내는 틈, 한사코 내어미는 선한 의지가 함께 걸어갈 길이 된다. 곤경을 뚫고 나갈 힘은 수수방관의 지적질에도, 기념사진 증명사진 찍는 행보에도 있지 않다.
3월1일 광주시를 비롯한 정계, 학계, 의료계, 재계, 시민사회단체, 오월단체 등은 ‘광주공동체’를 구성하고 “나눔과 연대의 광주정신으로 대구 경증 확진자를 광주에서 격리치료하겠다”고 밝혔다. “의향 광주의 시대적 소명과 책임에 대해 심사숙고한 끝에 이 길이 광주가 가야 할 길이고, 광주다움이라고 생각했다”며 “자기만의 안위를 위해 경계하고 밀어내기보다 더욱 긴밀한 연대를 통해 국민의 모든 역량을 결집해 이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최전선에 선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 그리고 그이들에게 격려와 응원의 선물과 손편지를 보내는 이들, 재난 극복을 위한 크고작은 연대에 기꺼이 동참하는 이들….
알게 모르게 연결된 우리다. 길은 여전히 사람들 속에 있다.
글=남신희 ‘전라도닷컴’ 기자/사진=박갑철 ‘전라도닷컴’ 기자·김창헌
※이 원고는 월간 ‘전라도닷컴’(062-654-9085) 2020년 3월호에 게재됐던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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