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서 봄으로-03]
마당의 장독들이 흰 모자를 덩실하니 썼다. 첫눈이자 대설이 내린 지난 2월17일, 너붓너붓 날리는 눈발속에 이영준(53․담양 월산면 용암리)씨는 지게질로 나뭇단을 나르고 있었다. 바깥 들녘에 갈무리해 둔 나뭇가리에서 집안 창고로 몇 단을 옮기는 중. 급작스럽게 눈이 많이 쏟아진 날의 채비다.
국민학교 졸업하고 열네 살 때부터 지게질을 했다.
“그때는 째깐 애기들도 한나절에 나무 석 짐씩을 했제.”
그렇게 져온 나뭇단으로 온 식구의 겨울 밤들을 따숩게 했을 지난 시절의 소년들이 떠오른다. 지게는 늘 일벗으로 그의 곁에 있었다.
“경운기 못 들어갈 디에, 리아카 못 들어갈 디에 꼭 필요하제. 꼴짝이라 경운기가 못 들어가는 논에서 나락 열다섯 다발도 지게로 져본 적 있어. 무게로 따지문 한 40키로 가까이 될 것이여.”
혼자서 써온 지게의 역사 중 하나다. 지게를 지지 않았을 적에도 늘 생활의 등짐은 얹혀져 있었을 게다.
“애렸을 때 첨에 지게질 배울 적에는 비틀비틀 해갖고 배와. 지고 일어서다 ㅤㅁㅔㅊ 번이고 자빠지제. 자전거도 배울라문 몇 번 엎어지고 넘어지대끼. 세상에는 넘어지고 자빠져봐야만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많애.”
글=남신희 ‘전라도닷컴’ 기자/사진=박갑철 ‘전라도닷컴’ 기자·김창헌
※이 원고는 월간 ‘전라도닷컴’(062-654-9085) 2020년 3월호에 게재됐던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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