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란 교수 자녀교육 일기]
얼마 전 초등학교 2학년 자녀에게 매를 들었다며 어머님 말씀을 못 들은 척 하는 것처럼 보이는 초등학생 자녀와 갈등이 많아져서 마음이 아프다는 하소연을 하는 어머님을 만났습니다. 그래서 어머님께서 자녀에게 말씀하실 때 자녀는 어떤 상황이었는지 생각해보라고 말했습니다. 아이가 집중해서 들을 수 있는지, 그리고 어머님께서는 자녀에게 집중해서 말씀하시는 상황이었는지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어린 아이들의 경우에는 자녀에게 말하면서 부모님께서 웃거나 전화통화를 하는 등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누면서 말하게 되는 경우 자녀는 자녀에게 말하는 상황인지 파악하지 못하거나 별일 아닌 듯이 생각하면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설 연휴가 지난 이후 경찰청의 뉴스에 따르면 설 명절 종합치안활동으로 중요범죄 신고는 4.1% 감소했지만 아동학대 신고는 하루 평균 47건으로 지난해(24건)보다 95.8% 증가했다고 합니다. 지난 설 연휴기간 아동학대 신고가 지난해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났다는 것입니다.
부모님께서 평소에 자녀와 함께 상호작용하시는 동안 실수하시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아이가 엄마나 아빠의 품에 안겨서 어쩌다 얼굴을 한 대 때리면 어머 얘 좀 봐! 웃으면서 그러지 마, 그러면 아프잖아. 라고 말씀하면서 웃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부모님이 얼굴을 때리는 행위가 재미있는 장난이라고 생각하면서 얼굴에 또 손을 댑니다. 실제 이런 상황에서는 부모님의 얼굴 표정을 보면서 해도 되는 행동인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인지 판단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이런 경우에는 장난처럼 생각하지 않도록 화가 났거나 아프다는 표정을 보이면서 “엄마 얼굴에 손 대면 엄마가, 아빠가, 할머니가 아프거든, 때리지 마, 그리고 네 생각은 말로 표현해야하는 거야” “엄마는 안경을 써야지 우리 정윤이 얼굴도 보이고 다른 물건도 환하게 다 볼 수 있어. 그리고 안경은 엄마에게 너무 중요한 물건이야! 안경에 네 손이 닿으면 엄마가 화가 나니까 말로 이야기해 봐”라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자신의 감정과 필요한 것을 표현해야하는지 옳은 표현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주셔야 합니다. 예를 들어 곰인형을 바닥에 던지는 행동을 할 때도 아이에게 주의를 기울이면서 곰인형이 아야~하니까 곰인형도 친구가 있는 인형바구니에 넣어주면 곰인형이 친구들이랑 행복할거야 그렇지. 어떤 행동은 왜 안 되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는지, 되는 행동과 해서는 안되는 금지된 행위에 대해 아이에게 구체적으로 정확한 내용을 언어로 잘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만약 자녀의 행동에 대해 말씀하고 싶은 내용을 어머님께서 설거지를 하면서 놀이하는 자녀를 보면서 큰 소리로 말씀하신다면 아이는 당연히 잘 들을 수 없을 것입니다. 아이는 잘 듣지 못한 상황인데 부모님 입장에서는 여러 번 말씀하셨는데도 아이의 행동에 변화가 없으니까 부모님께서는 화가 난 마음에 자녀에게 매를 드시는 경우가 생기고, 아이는 말을 잘 듣지 못했는데 회초리는 신체적으로 감각에 강하게 와 닿으니까 매를 들면 아이가 주의집중 하게 되는 것입니다. 자녀는 부모처럼 존중받아야하는 인격체입니다. 다만, 아직 성숙하지 못해서 자신의 의식주, 안전 등 자신을 스스로 책임지지 못하는 발달의 특성 때문에 자녀의 모든 상황에 대해 부모님께서 모든 권한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성인의 행동이 잘못 된 경우 언어로 표현합니다. 마찬가지로 어떤 아이에게도 매가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자녀가 귀 기울여 들을 수 있는 상황을 먼저 만들어주시기 바랍니다.
문의: kimklan@kwu.ac.kr
김경란 광주여자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