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사진]복수초
[시로 읽는 사진]복수초
겨울바람 스치는 야산 기슭에
언 땅 헤집고 일어서는
노란 황금 술잔
복수초
세상이 얼어붙은 동토에
생명의 기운 불러
봄을 일깨우는
얼음새꽃
모두가 침묵의 언어로
밤 지새울 때
봄을 깨우는 소리
복수초 움트는 시간은
어둠의 세상 뒤집고 일어서는
개벽의 시간이다
야만의 세월 뒤집고 일어서는
빛의 시간이다
차가운 겨울이 물러가고
따뜻한 봄이 오는 시간에
얼음새꽃
황금빛 복수초 세상에 핀다
나상기 skna73@hanmail.net
50년 동안 ‘재야 민주화운동’에 몸 담아 온 나상기 선생은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인생의 전환점에서 사진기를 들었다. “조급하게 변화시키려고 했던 과거에 대해 반성하고, 느긋하게 바라보면서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걸 깨달은” 뒤였다. 지금 그는 스스로를 ‘재야 사진가’로 칭하며, 남도 지방 사계절 풍경과 꽃을 담아내고 있다. 인생 2막, 여전히 ‘중심 아닌 곳’에 눈을 대고 있는 나 선생은 그동안 찍은 사진에 시적 감상까지 더해서 최근 ‘시사집(詩寫集)’을 발간한 바 있다.
나상기
city@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