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미의 생활심리]
그녀는 대학을 졸업하고 일정한 직장 없이 편의점, 카페, 서점 등에서 아르바이트로 생활하고 있다. 원하는 대학에 가기 위해 재수를 했고,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아 아르바이트 시간을 제외하면 환경보전 캠페인에 참여하거나 환경 관련 강의 듣는 것이 취미다. 주변에서 안정된 직장생활을 해야 한다고 말하면 그녀는 먹고 살 수 있을 만큼만 일하고 나머지 시간에 친구를 만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지금의 생활이 좋다고 한다. 그녀는 루저일까.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경찰이 된 그는 요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자신의 적성보다 사회적으로 안정된 직장, 공무원이 되기를 원하는 부모의 권유로 선택한 길이다. 그러나 술에 취한 사람을 상대할 때 자신에게 욕을 하거나 함부로 대하는 것을 보면 화가 치민다. 어떤 날은 퇴근 후에도 화가 가라앉지 않은 날도 있다. 또 상사나 선배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 근무하는 내내 긴장하고 마음과 달리 자꾸 실수하게 된다. 또래 친구들은 취업 준비하느라 힘들다고 하지만 직장인인 그는 점점 자신감을 잃어가고 스스로 무능하다고 여긴다.
당신은 스스로 사랑을 받을 만한 가치 있는 소중한 존재이고, 어떤 성과를 이루어낼 만한 유능하고 긍정적 존재라는 믿음이 있는가. 어떤 때는 있는 것 같다가 어떤 때는 없는 것도 같은가. 원하는 일을 하게 되거나 누군가와 막 연애를 시작했을 때는 소중하고 유능하다는 마음이 들다가도 되는 일이 없다고 느껴지거나 이별을 한 뒤에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어지기도 하는가.
그렇다면 다음의 질문에 당신은 무어라 답을 할까. 당신은 당신이 다른 사람들처럼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가. 당신은 좋은 성품을 가졌다고 생각하는가. 당신은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과 같이 일을 잘할 수 있는가. 당신은 당신 자신에 대하여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는가. 당신은 당신 자신에 대해 대체로 만족하는가. 이러한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을 한다면 스스로를 좋은 사람, 유능한 사람, 남들이 뭐라고 해도 자신에 대해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며 만족스러움을 자주 경험하는 자존감 있는 사람이다.
위의 사례에서 누가 더 자존감 있게 느껴지는가. 알바로 생활하지만 자신의 여유로운 삶에 만족하는 그녀인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안정적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그인가. 누가 더 자기 자신을 가치 있는 존재로 생각하고 있다고 보는가. 아마 사회적 인정과 부러움을 받는 사람보다 스스로 만족하고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 자존감이 있다고 볼 것이다. 자신이 소중하다고 확신하는 사람의 행동은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평가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를 잘 돌보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잘 돌보는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것, 하고 싶은 것, 기대와 소망, 욕구 등에 귀를 기울일 줄 안다. 있는 그대로 자신의 모습을 아는 그리고 자신의 속마음을 선명하게 아는 사람은 자신에 대한 믿음이 생기고, 이러한 확신이 자존감이다.
자존감이 높은 그녀라면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나는 돈을 조금 벌어도 좋아. 대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어. 당신이 동의해주면 좋겠지만 안해도 나는 이렇게 살고 싶어’라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대한 긍정”이 자존감의 핵심이다. 자신의 감정과 원하는 바를 확실히 아는 것은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이다. 이와 반대로 술에 취한 사람이 괴롭혀서, 까다로운 상사 때문에 직장생활이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아 스스로를 믿지 못하게 되면 우울과 불안, 분노와 같은 고통스러운 감정을 자주 경험 할 수 있다. ‘내가 이럴려고 공무원 되었나’라는 후회도 함께.
“있는 그대로 자기 자신”을 얼마나 가치 있는 존재로 생각하고 있는지, 잘나도 못나도 그것이 바로 “나”임을 받아들이고 있는지. 당신은 어떤가. 그런데 어떻게 자존감은 형성되었을까.
조현미 심리상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