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메타버스와 광주교육

그림.김동인
 무인도로 이주해 원하는 삶을 자유롭게 살아가는 메타버스 서비스 '모여봐요 동물의 숲' 장면. 코로나이후 판매가 급증함.

[기고]  메타버스와 광주교육

메타버스(Mataverse)는 메타(Mata)와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현실세계를 초월한다’는 의미이니 우리말로는 `초현실세계’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다. 메타버스를 대신할 우리말 규범 표기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김상균 교수는 메타버스를 `디지털지구’라고 표현한다. 말 그대로 디지털 세상에 또다른 지구가 하나 더 존재한다는 말이다.

메타버스는 `디지털 세상에 세워진 현실 같은 가상 세계’다. 현실과 같되, 현실에서 못하는 일까지 가능하다. 날아다닐 수도 있고 순간이동도 되고 아이돌이 될 수도 있다. 아프리카 외진 지역에 사는 아무개씨의 창가에 앉아 바깥 풍경을 감상할 수도 있고 바티칸 시스타나 성당의 `천지창조’를 3D로 감상할 수 있으며 내가 만든 창작물이나 디지털 소품들을 판매해 수익을 얻을 수도 있다. 공연장·레스토랑·놀이공원·호텔을 여러 개 세워 운영할 수 있고 섬이나 토지 등 부동산도 소유할 수 있다. 가상세계지만 현실의 삶과 가상의 삶이 서로 상호작용하며 넘나든다는 점에서 훨씬 역동적이며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확장현실(XR) 기술은 메타버스의 비상에 날개를 달아줬다.

`디지털 세상에 세워진 현실 같은 가상 세계’
미국의 10대들은 하루 56분간 유튜브에 접속하지만 `로블록스’라는 메타버스 서비스에는 2시간 36분간 접속한다. (한국일보). 

지난해 9월에는 이 회사의 모바일게임 `포트나이트’의 `파티로얄’이라는 가상공간에서 우리나라의 방탄소년단이 신곡 `다이너마이트’ 안무를 처음 공개했다. (한국일보). 

2020년 청와대에서는 `마인크래프트’라는 게임 공간에서 어린이날 행사를 열었다. 어린이들은 가상공간에서 청와대를 체험하며 아바타로 변신한 대통령과 만났다(한국경제 뉴스래빗). UC버클리 대학 졸업식도 마인크래프트에서 열렸으며 일본의 초등학생들은 마인크래프트에 학교를 세우고 교사들을 초대해 졸업식을 진행했다(김상균).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은 닌텐도게임의 `모여봐요 동물의 숲’에 선거사무실을 차려 젊은 유권자들을 만났으며(KBS뉴스) 순천향대학교에서는 SK텔레콤의 `소셜월드’라는 메타버스에서 2021년 입학식을 개최했다(디지털 경제뉴스). 
한국 네이버제트의 `제페토’에서 열린 블랙핑크 사인회에는 전세계 5000만 명의 아바타가 참여했으며 루이비통과 구찌, 버버리 같은 회사들에서는 게임 속 아바타들이 자사 제품을 마음껏 입어볼 수 있도록 서비스한다. 현대자동차는 메타버스 공간에서 신차 품평회를 열었고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엔비디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JYP, SM, 넥슨, 엔씨소프트도 메타버스 서비스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메타버스에 모여있는 10대들이 그들의 주요 고객이거나 조만간 주요 고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MZ세대 쌍방향 상호작용 실감 서비스로 이동
메타버스라는 말은 1992년 미국 소설가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우크래쉬’에 `아바타’란 말과 함께 처음 등장했다(권오현). 20년 전 유행했던 `싸이월드’는 메타버스의 초기 서비스 형태라 할 수 있다. 

미국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에 영화나 공연을 보러 접속하는 사람은 3억 명 이상이고 네이버 제페토 이용자는 2억 명이며(디지털타임스), 로블록스 이용자는 1억5000만 명이다(뉴시스). 이들 이용자의 80% 이상이 10대라고 한다. 디지털에 익숙한 MZ세대들이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에서 나와 쌍방향 상호작용 실감 서비스인 메타버스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 상황에서 메타버스는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는 메타버스 시장 규모가 2025년 약 310조, 지금의 6배 이상 커질 것이라 예상했다(뉴시스).

메타버스에서는 현실에서 하지 못하는 모든 일상생활을 마음껏 누릴 수 있다. 현실보다 더 짜릿하고 재밌으면서 비용과 노력은 훨씬 적게 든다. 메타버스에 사는 나는 현실의 나보다 더 감각적이고 경쾌하다. 그 곳에서는 보여주고 싶지 않은 나를 버리고 내가 원하는 나, 내가 꿈꾸는 나로 살아갈 수 있다. 현실에서 겪어야 하는 불편과 갈등을 겪지 않아도 되며 타인의 시선과 감정을 살피느라 에너지를 쓸 필요도 없다.

우리가 메타버스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메타버스가 더 이상 가상의 세계에만 머물러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메타버스에서의 삶이 가상공간을 넘어 현실의 삶을 변화시킬 것이라 전망한다. 새로운 세대에게 등교란 메타버스 안의 가상학교에 접속하는 것일 수도 있다. 가상학교와 가상교실에서 아바타로 살며 아바타 선생님에게 배우고 아바타 친구들과 사귀면서 그 안에서 공부하고 놀고 운동하는 것이 일상이 되는 시대가 올 지도 모른다. 현실존재로서 삶과 가상존재(김상균)로서 삶이 모두 내 삶이 되는 시대, 가상이 일상이 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교육분야 메타버스 활용 방법 무궁무진
교육 분야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메타버스에서는 감염의 불안에 떨지 않아도 되며 공부를 놀이처럼 놀이를 공부처럼 할 수 있다. 축구도 하고 게임도 하고 선거도 치르고 영화도 보고 여행도 가고 축제도 열 수 있다. 

광주교육정책연구소에서 실시한 광주교육종합실태조사 결과, 방과후에 주로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한다고 응답한 광주의 중·고생이 2018년에는 26.0%였으나 2020년에는 49.3%로 무려 23.3%나 증가했다. 코로나로 외부 활동이 제한되자 집에서 온라인에 접속하는 시간이 대폭 늘어난 것이다. 광주 중·고생들은 이미 가상세계로 이주해 가상존재로서 삶을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배움과 성장을 책임져야 하는 10대들이 지금 어떤 것에 열광하며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우리는 좀더 촘촘히 알고 있어야 한다.
  김옥희 광주교육정책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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