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남녀 만남 주선 기획, 비판 속 중단돼
“결혼 강요” “청년 현실 무지” “특정집단 한정”

픽사베이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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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사유리가 아이를 낳았다. 비혼으로. 결혼을 생략한 이 출산은 많은 청년들의 환호를 받았다.

`결혼, 임신, 출산, 양육’ 생애주기별 과업이라는 것들이 의미를 잃었다. 청년들에게 모든 단계는 관문이 아닌 선택이다.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이라는 노랫말도 유행이 지난 지 오래다.

최근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거스르는 정책이 등장했다.

`공공기관 미혼남녀 두근두근 하트 zoom 비대면 만남 행사’가 그것이다. 광주광역시가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고자 고안한 행사. 남녀의 만남을 지원, 만남이 결혼으로, 결혼이 출산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이 행사의 목표다.

해당 행사는 시민사회의 무수한 비판 속 잠정 중단 상태다.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인정하지 않았다”, “청년의 현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광주여성민우회 도담 활동가는 해당 행사에 대해 “여성에게 결혼과 출산을 강요하는듯한 느낌을 받았다”며 “기존의 가족 형태, 즉 이성애가족만을 기본가치로 생각하는 것 같다. 다양한 가족을 인정하지 않는 처사”라고 말했다.

광주 녹색당도 지난달 31일 성명서를 통해 “광주시는 미혼남녀 만남 주선 정책이 아닌 다양한 가족 구성권을 보장하는 정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전남대 철학과 김현 교수는 “광주시가 할 일은 지극히 사적 영역인 연애에 간섭하는 것이 아니라 청년의 노동여건을 개선, 안정적 노동환경을 제공해 그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청년 현실에 대한 기본적인 사태 파악이 안돼 있다. 청년이 무엇 때문에 결혼을 기피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어 보인다. 성찰과 반성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특정 계급 간의 만남을 조장한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전남대 인문학연구원 추주희 교수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특정 학벌, 직업 간의 만남을 조장한 데이팅 앱이 논란이 되고 있다”며 “해당행사 또한 공공기관 근무라는 직업, 계층을 우선시하는 암묵적인 전제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정 계급끼리의 만남을 지자체가 조장하는 모양새로 보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통계청이 지난 2020년 만 13세 이상 3만 8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전체 51.2%에 그쳤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지난년도 6월 30대 미혼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성의 30%, 남성의 18.8%가 결혼에 부정적이었다. 여성은 결혼을 꺼리는 이유로 `혼자 사는 게 더 행복할 거라고 생각해서(25.3%)’, `가부장제, 양성 불평등적 문화 때문(24.78%)’이라고 밝혔다. 남성의 경우 `현실적으로 결혼 조건을 맞추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돼서(51.1%)’, `혼자 사는 게 행복할 거라고 생각해서(29.8%)’로 답변했다.
김은유 기자 metaphor@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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