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교육 체제가 들어선 이후 교단은 얼마나 깨끗해졌을까? 

진보 교육감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가장 먼저 추진한 개혁정책이 청렴 정책이었다.

광주에서는 이런 일도 있었다. 2014년 모 퇴직 교직단체 몇 분이 교육청에 쫓아와서 비장하게, 기자회견을 하셨는데, 기자회견 내용이 교육감의 선거 공보물에 적힌, ‘감오장천’이라는 용어가, 퇴직 교직자들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것이었다. 싸잡아서 도매금으로 비하당하는 불쾌함은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그 후 ‘감오장천’이라는 말이 회자하기 시작했는데, 교감과 교장으로 승진하기 위해서는 500만원, 1000만 원씩을 상납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 단체의 고발과 항의에 대해 교육감은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싹도 없이 뿌리 뽑겠다’라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임을 항변했고, 시민들은 교육감의 손을 들어줬다.

이런 일도 있었다. 2011년 6월 지역일간지의 기사다. “광주 백화점 ‘5월 특수’ 실종-신세계ㆍ롯데ㆍ현대, 매출 신장세 꺾여”, “촌지근절…스승의날 매출 급감 영향” 청렴 정책 때문에 스승의날 상품권이 유통되지 않아서 지역경제가 힘들다는 하소연(?) 이었다. 

돌이켜보면 스승의날 향수 같았던 백화점 상품권은 그해 이후, 교단에서 완전히 사라졌고, 추억이 되었다. 이런 일도 있었다. 정책적으로 인사철에 선물이나 떡 돌리기, 고가의 화분 등을 주고받는 것을 지양할 것을 요청하는 범정부 차원의 지침이 있었다. 

이 지침이 학교에 전달되자, 떡집 사장님들과 꽃집 사장님들이 교육청에 오셔서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를 낭독하며, 항의하는 일이 있었다. ‘○○○이는 떡도 안×먹냐?’는 볼멘소리와, ‘정서적으로 메마른 교육’이라는 핀잔을 들어야 했다. 

다들 먹고살기에 어려운 처지에서, 시기마다 있는 특수가 없어졌으니, 원성이 충분히 있을 만도 한 일이다. 일부러 교육청이나 각 기관의 행사 때마다 화훼농가를 위해서 꽃을 활용하라는 공문도 내리고, 열심히 홍보도 하고 그랬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최소한의 예의를 표하는 선에서 자리 잡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긴장감(?)이 가시지 않는 주제이다. 

진보 교육 체제 이후 학교를 상대로 한 소위 치맛바람(?)이 사라졌고, 학교나 기관에 남아있던 과거의 관행들이 완전히 사라졌다. 교실 청소 당번, 체험학습 선생님 도시락 챙기기, 스승의날 챙기기, 명절 떡값, 승진 인사 같은 것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고위 행정직으로 퇴직한 어느 분은 이런 현상을 일컬어 ‘광주교육 혁명’이라고 말한 적 있다. 이런 얘기가 나올 때마다, 너무 칼을 깊게 들이대, 소중한 가치들을 함께 도려내서, 행정의 적극성과 융통성이 없어졌다는 우려도 있고, 아무리 그래도 걸리지 않게 나름대로 챙기는 (?) 사람들이 있을거라는 비아냥(?)도 들린다. 

제도를 아무리 정비하고, 엄정하게 감사처벌을 해도 문화라는 것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 것 같다.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정착시키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자율체제’이다. 문화가 개개인의 자율성으로 내면화되지 않으면 지속 불가능하다는 취지일 것이다. 정말 어려운 일이다. 각자의 삶이 바뀌지 않으면, 언제든지 과거로 회귀할 수 있다는 경고이다.

‘비리는 싹도 없이 잘라 내겠다’라는 언명은, 교단을 교육 본질 중심으로 변화시키는데 큰 배경이 되었다. 칠판 앞에 서 있는 교사가 존중받고, 묵묵히 현장을 지원하는 행정직들이 우대받는 풍토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사회가 합리적이고 예측 가능한 사회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청렴이나 공정, 가치중심의 평가 같은 시스템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얘기임을 확인하는 진보 교육 청렴 정책의 경험들이다.
이재남 (전)광주교육청 정책국장, 양산초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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