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서 봄으로-11]

아침마다 장독대 위 밥그릇에 새 물을 떠서 올리고 빈다. 자식의 무탈함과 건강을. 완도 소안도 부상리.
아침마다 장독대 위 밥그릇에 새 물을 떠서 올리고 빈다. 자식의 무탈함과 건강을. 완도 소안도 부상리.

 

<천하에는 두 가지 큰 저울이 있다. 하나는 시비是非 즉 옳고 그름의 저울이고, 하나는 이해利害 곧 이로움과 해로움의 저울이다. 이 두 가지 큰 저울에서 네 가지 큰 등급이 생겨난다. 옳은 것을 지켜 이로움을 얻는 것이 가장 으뜸이다. 그 다음은 옳은 것을 지키다가 해로움을 입는 것이다. 그 다음은 그릇됨을 따라가서 이로움을 얻는 것이다. 가장 낮은 것은 그릇됨을 따르다가 해로움을 불러들이는 것이다.>(다산 정약용)
종교가 사회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사회가 종교를 걱정한다. ‘그릇됨을 따르다가 해로움을 불러들인’ 이기적인 신천지 집단은 반성조차 하지 않는다. 국가 재난상황 속에서도 일부 대형교회는 공동선을 저버리고 굳이 주일예배를 강행하며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당신들의 신은 어디에 있는가. 교회건물 안에 있는가? 당신 마음 속에 있는가?’라는 물음이 나오는 이유다.
믿음이 있는 그곳이 성전. 간절한 마음이 있는 곳이 기도처. 장독 하나에 뚜껑 덮인 밥그릇이 모셔져 있다.
비손으로 하루를 여는 이태규(66·완도 소안도)씨네 마당의 장독대 풍경.
“그륵 속에는 물 들었어요.”
아침마다 새 물을 떠서 올리고 빈다.
“아침에 막 일어나문 안사람이 아그들 쓰던 밥그륵에 물 담아 올리고 모다 무탈하라고 복 빌어요. 옛날 우리 어매들이 깨깟한 물 떠놓고 빌대끼 팽야 그 식으로.”
욕심없는 지극정성의 공들임이다. 홀로 올리는 고요한 기도다.
글=남신희 ‘전라도닷컴’ 기자/사진=박갑철 ‘전라도닷컴’ 기자·김창헌
※이 원고는 월간 ‘전라도닷컴’(062-654-9085) 2020년 3월호에 게재됐던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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