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책방 우리 책들] ‘부부가 둘다 놓고 있습니다’(편성준, 몽스북:2020)

[작은 책방 우리 책들] ‘부부가 둘다 놓고 있습니다’(편성준, 몽스북:2020)

5월 가정의 달을 보내면서 주변을 둘러봅니다. 사람 사는 세상에 서로 의지하고 위로를 나누며 살아갈 힘을 얻는 것은 수많은 방식이 있다는 게 새삼 놀랍고 고맙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당연하다고 정해진 틀에 속하지 않은 이들이 얼마나 외롭고 지칠까요. 

지난해 출판된 편성준 작가의 ‘부부가 둘다 놓고 있습니다’(몽스북:2020)를 읽다 보면 살아가는 일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40대에 만나 부부의 인연을 맺고 안주할 수 있는 직장을 그만두고 자기대로 사는 삶을 담은 책입니다. 낭만적이기도 하고 또 무모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 선택을 하는 일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니겠지요. 

20년 넘게 광고 회사 카피라이터로 일했다. / 뒤늦게 출판기획자인 아내를 만나 동거하다가 결혼했다. / 나는 초혼, 아내는 재혼이었다. / 아이는 없고 고양이 순자와 산다. / 작은 한옥을 사서 고친 뒤 ‘성북동 소행성小幸星’이란 문패를 달았다. / 툇마루에 앉아 텅 빈 마당과 하늘을 바라볼 때가 제일 행복하다. / 아내는 요리를, 나는 설거지를 좋아한다. / 친구들을 불러 밥해 먹이는 걸 좋아한다. / 나는 길치, 아내는 장롱면허라 둘 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 ‘결혼기념일 아침에 침대에서 눈 뜨자마자 커플사진 찍기’ 행사를 8년째 이어오고 있다. / 공원벤치와 화장실을 사랑한다. / 약간 겁은 나지만, 부부가 둘 다 놀고 있다.- 책 앞머리 소개글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는 부부의 퇴사로 시작된 이야기지만 긴 인생을 즐겁게, '쉬지 않고 노는 것'에 관한 글입니다. ‘좀 논다고 굶어 죽을까?’ 라는 질문으로 시작된 모험이라고 표현한 저자는, ‘쉰다는 것과 논다는 것은 다른 얘기’라며 그동안은 남들이 원하는 것들을 하고 살아왔으니 이제부터라도 스스로 원하는 것들을 하며 살아보자고 ‘놀기’를 결정했다고 합니다. 

나에게 성공이란 ‘인정받는 광고인’이 되는 것인가 여러 차례 자문해 보았지만 그때마다 내 속에선 그렇지 않다는 대답이 흘러나왔다. 마음이 시키지 않는 일을 계속하며 살 수는 없었다. 그래서 두렵지만 다른 길을 택했다. 부부가 둘 다 회사를 그만두고 놀면서 한옥이나 고치고 있는 모습이 사람들에게 무모하고 어리석게 비칠까 봐 겁이 났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 ‘SMART’를 끄고‘ BE STUPID’ (p.272)

인생의 전환이랄 수 있는 결정을 하면서 어느 누가 겁나지 않을까 싶지만, 작가의 글을 읽다 보면 그럼에도 나아가보자 라는 마음이 느껴져서 응원하게 됩니다. 아무튼 책에는 40대가 되어 만난 아내에 대한 이야기부터 회사를 그만두고 이 책 출간을 위해 지인의 도움으로 제주도에서 한달살이도 하고 게다가 우연처럼 비슷한 시기에 출판사를 다니던 그의 아내 역시 회사를 그만두게 되는 등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과 순간순간 깨달은 소소한 인생철학 같은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더욱이 이 재기발랄한 작가는 그런 상황들을 모두 기록하고 시트콤 같이 이야기를 풀어 들려줍니다. 아마도 이 책에서 만나는 간결한 문장과 가벼운 유머는 부담 없이 책을 읽게 하면서도 나에게도 늘 던져지는 질문 - 나 지금 잘 살고 있는 거야? - 에 나대로의 답을 찾아가도록 자연스럽게 돕고 있는 듯합니다. 

비장하고 장황한 설명보다는 솔직한 자신의 일상을 통해 ‘뭐 어쩌겠어?’ 하는 식으로 이야기합니다. ‘2장 바보처럼 살아도 큰일 안나요’와 ‘3장 놀면서도 잘살고 싶어서’ 부분에 특히 이런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재미있게 살려고 유흥비에 쓰려고 열심히 일하는데 그러다 놀 시간이 없다는 게 너무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는 작가는, 아내와 함께 동네 맛집을 찾아내서 품평하고 집에서 해 먹기도 하고, 무엇보다 손바닥만 한 마당이라도 하늘을 보며 차마시며 멍때리는 시간이 제일 좋다고 합니다.

결국 ‘논다’는 것은 ’Play와 휴식休(healing)‘을 모두 포함하는 말이라는 것을 읽다 보면 알게 됩니다. 저자는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 문이 열리는 법’, ‘손에 쥔 공을 놓아야 더 큰 공을 잡을 수 있다’는 말도 떠올리면서 자신은 이런 삶을 살고 있다고요.

그러면서도 정기적인 수입이 없기 때문에 시작한 청소알바나 두 사람의 능력을 발휘해 여는 특별강좌(성북동 소행성의 글쓰기 강좌나 요리교실 등)등으로 생계를 이어가면서 마음 졸이는 이야기도 빠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역시 ‘많이 벌 생각보다는 많이 놀 생각’으로 버티며 살아내는 것을 받아들이죠. 

이런 다양하지만 주제가 통하는 에피소드를 읽다 보면 왠지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산다는 거에서 뭐가 중요할까? 좋아하는 사람이랑 살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되는 것인데, 무엇에 정신이 팔린 걸까’라는 질문이 들어요.

정작 작지만 소중한 것들을 잊고 남들이 말하는 대로 살아야 한다고 쫓겼던 것 같구나 하면서 슬며시 ‘나도 한번?’ 하는 생각도 들어요. 가정의 달이라고 주변에서 들리는 여러 행사나 이야기에 괜시리 주눅 들게 되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꾸리고 사는 이들에게, 자기대로 원하는 대로 살면 된다고 말해주는 책입니다.  
문의 062-954-9420.
이진숙 <동네책방 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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