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미 생활심리]선택적 애도
[조현미 생활심리]선택적 애도
친구와 함께 술을 마신 후 주검으로 발견된 고 손정민씨. 그의 죽음과 관련한 뉴스가 매일 쏟아진다. 풀리지 않는 여러 의혹과 의대생이라는 장래가 보장된 청년, 자식을 애타게 찾는 아버지의 부정까지 합해져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많은 뉴스가 쏟아진다. 뉴스를 보는 사람들은 ‘남의 일 같지 않다’는 마음으로 알지 못하는 사람이지만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한다.
비슷한 시기, 아버지를 따라 컨테이너 부두에 아르바이트하다 컨네이너에 깔려 죽은 청년 고 이선호씨. 그러나 그의 죽음은 뉴스와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의 죽음과 관련한 뉴스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가 최근 대통령이 이 청년의 빈소를 찾으면서 여론의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군 제대 후 복학 전까지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시작했던 일은 하청에 재하청이 되는 위험하거나 힘든 일 그리고 안전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현장이었다.
그런 산업 현장에서 죽음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 사람들의 관심이 적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의대생의 죽음’과 ‘청년 노동자의 죽음’을 보도하는 언론매체의 불공정함도 있다.
물론 조회 수를 노려 사람들의 호기심을 이용한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보도를 하는 언론의 책임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언론의 ‘선택적 보도’와 함께 자신의 선택에 따라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선택적’으로 세상을 보는 심리도 있다.
이를 인지심리학자들은 ‘선택적 지각’이란 개념으로 외부정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그들에 따르면 사람들은 매일처럼 반복되는 무수한 일들에 똑같이 주의를 기울이기 어려워 결국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그 중 어떤 것을 ‘고르고 선택’하기 때문이란다.
즉, 자신들의 필요나 믿음, 이익에 따라 많은 것들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래서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생겨나고 ‘팔은 안으로 굽는’것이 정당화 된다. 언론은 조회수에 부합하는 기사,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것은 대서특필하고 자신들의 뜻에 맞지 않는 것들은 무시하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자기 좋은 쪽으로’ 주의를 관심을 기울이기도 한다.
또한 ‘선택적 지각’은 3가지 과정을 거친다. 먼저 많은 정보나 자극 가운데 선택적으로‘노출’되고 선택적으로 ‘관심’을 기울이며, 선택적으로 ‘이해’하는 과정을 거친다. 예를 하루에 두 시간씩 운동을 하고 몸에 좋다는 음식만을 먹고 건강에 관련된 정보에 민감한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런데 그는 음주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음주는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선택적 인식이며 판단이다. 앞으로도 그는 건강해지는 것에는 관심을 두겠지만 계속 음주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자신이 관심 있는 것만을 보려는 선택적 인식의 편향성 때문이다. 선택적 지각의 문제는 편향성, 편견을 갖게하는 문제가 생긴다.
누군가의 불행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않고 마치 자신의 일처럼 관심을 갖는 ‘사회적 공감’은 아직 세상은 살 만하다는 느낌을 준다. 그러나 두 청년의 죽음을 두고 다른 사회적 공감을 보이는 것은 불편하다. 선택적이고 ‘편향’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노동현장의 참담한 현실은 외면하고 싶은 마음, 어떤 사실을 마주했을 때 우리가 경험하게 될 불편한 마음을 피하고 싶은 마음이 우리의 ‘선택적 공감’을 낳은 건 아니었을까. 물론 우리는 불쾌한 감정을 경험할 때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보호하기 위해 ‘회피’라는 방어기제를 쓴다.
감정적 상처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심리적 행위다. 건강하게 쓰일 때도 있지만 지나친 회피는 심리적 불안감을 그리고 선택적으로 지각하게 한다. 자기 좋을대로 보고, 듣고, 선택하게 하니까.
우리의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또 간단하지도 않다. 좋은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측면도 많다. 변화의 속도, 기술의 발전도 빠르다. 어쩌면 세상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모르고 살아가는 것들이 더 많을 수 있다. 이 많은 것들은 우리를 불편하게 할 수도 있고, 힘들게 만들 수도 있다. 언제까지 ‘불편한 진실’을 피할 수 있을까.
조현미 <심리상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