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책방 우리 책들] ‘그럼에도 불구하고’(조재윤 외 7인)

사진제공= 전주 책방토닥토닥.
사진제공= 전주 책방토닥토닥.

동네책방을 들러서 책을 구경하다보면 특별히 눈에 들어오는 책들이 있다. 주제가 맘에 들거나 표지가 예쁘거나. 그런 중에 늘 마음을 흔드는 책들은 독립출판도서다.

이는 기존의 출판 배급 유통 방식에서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실험적인 도서를 의미하는데, 그러다 보니 거대 자본의 방식이 아닌 작가나 출판인의 의도를 충분히 반영하여 제작된다.

주제도 개인의 소소한 관심사에서부터 사회이슈를 다룬 실험적인 것까지 매우 다양해서 개성적인 작품이 많고 책의 만듬새도 독특한 방식을 시도하니 당연히 눈길이 가고 마음이 흔들린다. 작은 동네서점에서만 만날 수 있기 때문에 나만의 보물을 발견하는 느낌이 든다. 

이런 독립출판물을 동네책방들이 의기투합해서 만든 책이 하나 있는데, 무려 ‘제1회 전주동네책방문학상 수상 작품집’인 ‘그럼에도 불구하고’(조재윤 외 7인, 전주동네책방 편집부:출판사 잘익은언어)이다.

이 책은 전주지역의 7개 책방이 기획하여 제정한 동네책방문학상의 첫번째 수상작품 모음집으로, 시·소설·에세이가 총 8편 수록되어 있다. 무엇보다 전주지역 동네책방들이 의기투합하여 자체 기획하고 진행시킨 문학상의 결과물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같은 동네책방 운영자로서 문학상이 진행되고 책이 출판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너무 반갑고 부럽고 흥분되었다. 당연하지 않은가. 독립출판시장에 가장 잘 어울리는 동네책방들이 대형출판사나 언론사가 진행할만한 문학상을 스스로 제정하고 작가를 발굴하고 독자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일을 수행해 냈다니 말이다.

이 엄청난 일을 전주지역 작은 동네책방 일곱곳이 함께 해냈는데 그 과정 또한 멋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주제 아래 각 책방의 이름을 건 문학상에 대해 알리고 공모를 진행했는데, 그 40여 일 동안 무려 375명의 작품-시 130명, 소설 62명, 수필 158명, 사진 에세이 25명이 도착했다고 한다.

책방지기들이 여러 번의 회의와 심사를 통해 수상작을 선정했는데 대상1편과 각 책방상-책방이름을 단 7개의 책방상이 그것이다. 수상 작가들은 20대 현역군인부터 70대 작가까지 있고 작가들의 스스로를 소개한 짧은 글도 역시 기존 방식이 아니어서 감칠맛나게 다채롭다.

그 후에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책 제작비를 후원받고 출판하여 현재 전국의 동네책방을 통해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코로나 19시대를 살아내면서 영세사업자인 동네책방들이 매우 위축된 것은 사실이다.

동네책방은 지역에서 오프라인 공간에서 깊고 친밀한 취향의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문화아지트 역활을 해 왔는데, 감염병 시대에 많은 것들이 흔들리다 보니 이런 정체성까지 위협받을 지경이 되었고 경제적으로도 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쩌지 못하는 현실을 흥으로 환기하고 저마다의 이야기로 온기를 불어 넣어보자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안의 작은 언어들을 그러모아 결국 쓰고야 마는 문학의 힘으로 돌파해보자고, 마음을 모으고 노력해서 ‘책방-작가-독자-출판’의 연결고리를 단단히 만들어 냈다. 너무나 대단하고 감동적이다. 

책에는 8편의 수상작과 함께, 그 책을 선정한 각 책방지기가 진행한 작가와의 인터뷰 전문, 작가의 소감 및 책방들의 심사평 등이 수록되어 있다. 특이한 하나는 문학상 주제와 상관없이 당선 작가들이 자유롭게 집필한 신작도 한편씩 추가 수록해서 짧은 이야기들이지만 작가를 다양하게 만날 수 있도록 했다.

작품들은 하나같이 작가의 목소리가 날 것 그대로 들리는 듯 하다. 왠지 더 친근하게 느껴져서 응원하고 싶은 맘이 커진다. 동네책방을 통해 작가를 만나면 경험하는 것들이 이 책을 통해서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계속되니 서로를 향한 응원과 격려가 더 필요한 요즘, 이런 이야기들을 함께 읽는 것도 힘이 되리라.
문의 062-954-9420.
이진숙 ‘동네책방 숨 대표’

* 대상작 - 조재윤 단편소설 ‘카레가 끓는 동안’

대상작 심사위원 (전주동네책방 7곳 대표 8인)
강성훈(서점카프카)ㆍ이지선(잘익은언어들)ㆍ김선경,문주현(책방토닥토닥)ㆍ이명규(에이커북스토어)ㆍ임주아(물결서사)ㆍ홍승현(살림책방)ㆍ혁신책방_오래된새길(정진오)

* 각 책방상
물결서사상-이세찬 시 ‘수신자 없는 이야기’
살림책방상-이정환 수필 ‘평행선의 끝을 상상하기’
에이커북스토어상-이주리 수필 ‘나는 오락가락하는 어영부영 어른’
혁신책방_오래된새길상-최윤희 시 ‘종이배를 찾습니다’
서점카프카상-신모과 단편소설 ‘인어’
잘익은언어들상-최옥숙 수필 ‘따뜻한 위로’
책방토닥토닥상-박은정 수필 ‘나의 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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