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봉리 어매들의 그림속 인생 -05] 김삼덕
“막내아들이 다섯 살에 많이 아팠어. 어찌케든 나사줄라고 용한 디를 찾아서 갔네. 여그서 담양 수북면까지. 뻐스가 읍내에다 내려논께 거그서부텀 산질로 한하고 걸어서 갔어. 산속 동네여. 애기를 업고 걸어간디 무겁기는 하제, 첨 가본 질이라 무섭기는 하제. 나스기만 해라, 빌고 또 빔시롱 걸었어.”
다섯 살이었던 막내아들의 기억에는 없을 길. 김삼덕(83) 어매의 마음 속에 오래 개켜져 있다가 풀려나왔다.
“요것은 조롱조롱 꽤꽃. 영감은 시방 약통 메고 약 하고 나는 깻잎에 붙은 벌레 잡아주고 있어. 이러고 공력을 딜여야 뭣이 되제.”
깨 한 뿌리에도 공을 들이는 그 정성으로 이날 평생 온갖 것을 다 키워냈다. 6남매를 낳고 여우며 한평생을 함께 걸어 온 영감님은 정삼효(86).
어매 나이 열아홉에 시집왔더니 “산밑에 질로 욱에 집”이었다.
“아조 가난한 집에서 났는디, 영감이 원체 머리가 좋아. 긍께 놈이 공부하라고 쌀을 줘서 시험 보러도 가고 설리설리 공부를 했다요. 그래갖고 초등학교 교사를 했제. 옛날에는 공부만 하고 일은 몰랐는디 인자 일도 잘 혀. 정삽하고(부지런하고) 한시도 카만 안 있어. 올해도 꼬추를 천(1000)주를 숭근당께. 인자 초파일에 모종이 오꺼시요.”
글=남신희 ‘전라도닷컴’ 기자
사진=박갑철 ‘전라도닷컴’ 기자
※이 원고는 월간 ‘전라도닷컴’(062-654-9085)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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