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책방 우리책들]‘숲속책방 천일야화’ (남해의 봄날:2021)
[작은 책방 우리책들]‘숲속책방 천일야화’ (남해의 봄날:2021)
좋아하는 책을 말해야 오늘 밤을 살아남을 수 있다면 나는 천 일 동안 쉼 없이 책의 이름을 대고는 기어이 살아남을 것이다. 그 가운데는 폭풍같이 휘몰아쳐 내 감정을 흩어 놓은 것도, 도끼처럼 내 생각을 쪼개 버린 것도, 읽을 때는 한없이 비밀스러웠으나 읽고 나선 미련 없이 던져 버린 것도 있을 테다. (158쪽)
책 표지 첫 문장에 눈물이 핑 돌았다. 나를 살게 해 주는 책이라니, 기어이 살아남을 것이라니, 책방지기에게 이토록 절실한 말이 어디 있단 말인가. 우리나라 작은 책방들의 현실과 그 열정을 한마디로 보여주고 있는 이 문장에,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가 가득할 것이라 예상했던 이 책 ‘숲속책방 천일야화’ (남해의 봄날:2021)은 어느새 인생의 또 한번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꿈꿔왔던 모든 판타지가 현실로 존재하는 곳
동네책방 숨을 열고 지금까지 책방의 시작과 운영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꽤 많이 가졌다. 고맙게도 작은 책방에 관심을 보인 분들 덕분에, 단지 개인 사업체의 하나인 책방이 아닌 지역과 문화의 매개가 되는 작은 문화사랑방으로서의 책방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었다. 책이 주는 경험과 에너지가 개인을 넘어서서 이웃과 사회에 어떤 의미일지, 이 일을 선택한 후로 끊임없이 고민하게 된다. 그것은 아마도 마을의 작은 도서관을 시작으로 북카페와 서점을 운영해온 과정에서 자연스레 생긴 고민이기도 하지만, 이 길로 이끌었던 몇몇 책속에서 만난 정신 때문이기도 하다. 그 중에서 만난 가장 큰 방향지시등이 바로 괴산의 ‘숲속작은책방’ 백창화 김병록 부부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괴산의 숲속작은책방 이야기를 책으로 엮은 것이 이 책 ‘숲속책방 천일야화’ 이다. ‘아름다운 정원과 두 마리의 고양이, 책으로 가득한 집, 우리가 꿈꾸어왔던 모든 판타지가 현실로 존재하는 곳’이라는 책 소개에 미소가 지어지는 것은 정말 그런 곳이기 때문이다. 이 곳에 가면 책방 천장까지 가득한 책들과 그 책으로의 여행을 흥미진진하게 안내하는 책방지기, 또 책방 앞 정원과 그 공기까지 모두 사랑하게 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 책방이 가진 매력과 의미는 책 말미에 나온 추천사의 행렬을 봐도 알 수 있다. 책방 좀 다녔다는 시인과 소설가, 그림책작가, 화가, 책방을 운영하는 전국의 책방지기들 등 몇 페이지에 거쳐 나열되고 있다. 이 책이 나온다는 소식에 기대와 축하를 담아 보내겠다는 이들이 줄을 이어, 아쉽지만 더 이상은 할 수 없어 정리해야 했다는 편집부의 뒷이야기도 들었다.
괴산에는 아주 큰 나무가 있다. 한번 올라가면 내려오고 싶지 않은, 숲속작은책방. 그 나무가 가끔 그리울 때가 있다. 그렇게 따뜻한 나무 그늘은 처음이다. 사람 냄새를 좋아하는 사람이 책을 좋아한다. 마음에 나무 한 그루 간직하고 사는 사람이 책을 만나러 그곳에 간다. 하나 더 바라도 된다면 나도 나중에 똑같은 책방을 갖고 싶다. 한없이 조용하지만 무한대의 자극이 있는, 마음의 그런 곳. _ 시인 이병률 (추천사 중)
백창화 작가는 2001년 가정문고를 시작으로 수도권에서 10여년을 넘게 ‘숲속작은도서관’을 운영하며 작은 도서관 활동가로 일하다 충북 괴산으로 이주하여 가정식 서점이자 북스테이 ‘숲속작은책방’을 열었다.
2015년에 쓴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는 전국 골목골목 책방 열풍을 일으킨 최고의 화제작으로 주목을 받았고, 이번 책 ‘숲속책방 천일야화’에는 작은 도서관과 작은 책방 문화를 일구기 위해 사람들과 손잡고 연대하며 보낸 20년-그 길에서 만난 이들과 영감을 준 책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책방을 하며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 ‘책방 서가의 책은 어떻게 선별해 놓았냐’는 질문의 대한 답이기도 하단다.
작은 책방 문화 일구기 위한 연대의 기록
누구나 한 권 한 권 사연 없는 책이 없고, 그 사연을 풀어 놓는 것은 결국 책을 사랑하고 함께한 삶의 순간들을 이야기 하는 것이기에 누군가의 책 소개는 늘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이 책이 더 특별한 이유는, 숲속작은책방 주인장의 유려한 문장과 함께 무릎 맞대고 앉아 이야기 나누듯 책방지기로서의 삶에서 묻어나는 진정성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쉽게 나아간 길이 아니고 낭만만 가득하지도 않다. 말해지지 않은 우여곡절이 더 많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삶의 윤활유가 될 유머를 잃지 않고 혼란스런 욕망에 흔들리면서도 ‘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를 되뇌이며 자신의 길에 긍지를 가지고 묵묵히 나아가는 이가 있다는 것은 당신도 그런대로 괜찮은 삶을 살고 있다는 토닥임이 된다.
인생에는 여러가지 어려운 일, 슬픈 일들이 있다. 그래도 때때로 꿈이 현실에서 실현되고 충족되는 가운데 찾아오는 행복이 있다. 그 행복이 결코 오래가지 않는다 해도 그런대로 괜찮을 것이다. (21쪽 재인용 : 헤르만 헤세 지음, 두행숙 옮김,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 웅진 지식하우스)
문의 062-954-9420.
이진숙 <동네책방 숨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