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대영의 영화읽기] ‘머니볼’
베넷 밀러의 극영화 데뷔작인 ‘카포티’는 ‘티파니에서 아침을’과 ‘냉혈한’의 작가인 트루먼 카포티의 전기영화였다. ‘카포티’는 목적을 위해 자신의 영혼을 판 트루먼 카포티의 욕망을 섬뜩하게 그려내며, 베넷 밀러를 주목받는 신예의 자리에 등극시켰다.
‘머니볼’의 감독이 베넷 밀러의 차지가 될 수 있었던 것도, 한 인간의 전기영화의 형국을 하고 있는 ‘머니볼’과 맞아 떨어질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과연 이 선택이 옳았는지를 지금부터 추적해 보도록 하자.
‘머니볼’은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한 영화다.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되고 있는 2001년과 2002년에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메이저리그 구단 중 살림살이가 가난했다. 애슬레틱스는 2001년 디비전 시리즈에서 부자구단인 뉴욕 양키스에게 2승을 먼저 거두고도 내리 3연패하며 시즌을 접어야 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2002년 시즌을 준비해야 하는 애슬레틱스는 주전 맴버 3명을 다른 구단에게 팔면서 전력에 차질을 빚기 때문이다. 허나 걱정할 것은 없다. 애슬레틱스에는 단장 빌리(브래드 피트)가 있기 때문이다.
‘머니볼’은 빌리라는 한 인물의 캐릭터를 구축하는데 전력투구하는 영화이다.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대부분의 장면에 등장하는 그의 행동거지를 세심하게 배려하기 때문이다.
빌리는 고교시절 빼어난 실력을 인정받아 프로구단에 입단했다. 장학금을 받으며 대학에서 야구를 더 할 수 있었지만, 그는 프로의 길을 택했다. 한데 성적이 문제였다. 그의 실력은 프로에서 통하지 않았고, 이내 좌절을 경험한다. 이후 그는 야구단 단장의 길을 걷는다. 그는 젊은 나이에 인생의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걸은 셈이다. 그렇다고 그의 단장으로서의 야구인생이 그리 순탄했던 것도 아닌 듯하다. 그는 아내와 이혼해서 혼자 살고 있고, 열두 살 딸은 아빠가 직장에서 해고되지는 않을지를 걱정하기 때문이다. 그는 여러모로 신산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야구에 대한 사랑으로 버틴다. 그가 단장으로 있는 에슬레틱스는 가난한 구단이긴 하지만 자신의 경영마인드가 맞아 떨어진다면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빌리의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합리적통계야구의 구상도 수월한 것만은 아니다. 새로운 경영방식에 반기를 드는 스카우터들과 감독, 그리고 선수들을 극복해야 하는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열매는 수많은 난관 다음에 얻어진다. 그러니까 ‘머니볼’에서 빌리라는 캐릭터는 한 인간의 인생에서 쓴맛과 단맛은 물론 꿀맛까지를 보게 되는 인간승리의 주인공이라는 점이다. ‘머니볼’은 빌리의 험난한 인생굴곡을 차곡차곡 쌓아낸 결과, 잘 포장된 인간 감정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라는 인상을 주는 것이다.
이 이야기의 히로인이, 매력적인 스타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는 브래드 피트의 차지가 된다는 것은 이 영화의 캐릭터구축이 어떨 것이라 것을 가늠할 수 있게 해준다. 짐작대로 영화는 브래드 피트의 편이다.
오프닝, 브래드 피트가 불이 꺼진 텅 빈 야구장 관중석에서 고독과 대결하고 있는 장면부터, 극단적으로 그의 눈을 클로즈업하며 관객들을 그에게 몰입시키는 엔딩까지. 영화는 시종일관 브래드 피트를 부각시키는 데 매진하고 있는 것이다.
베넷 밀러감독은 데뷔작인 ‘카포티’에서 트루먼 카포티라는 인물을 자신의 생각대로 통제하며, 모순덩어리로서의 인간을 구현해 내는데 성공했었다. 한데 ‘머니볼’에서는 브래트 피트의 매력이 강화된 미화된 인간만이 영화 속에 고스란히 남았다.
조대영 (영화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