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속 사람들] 3부_얼어붙은 경제, 코로나에 걸리다
(7) 공공운수노조 영종특별지부 이상욱 조직국장
코로나 직격탄 항공업계 1만5000명 실직
학생운동단체인 전국학생행진이 만든 프로젝트 그룹 ‘Project People-19’가 최근 인터뷰집 ‘PEOPLE-19: 열아홉 사람이 겪은, 열아홉 가지 코로나, 그들을 이야기하다’를 세상에 내놓았다. ‘Project People-19’는 지난 3월부터 코로나가 바꾸어놓은 모두의 삶을 들여다 보기 위해 발로 뛰며 다양한 사람을 만나 인터뷰했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 언제 일을 그만둘지 모르는 특수고용노동자, 양육 부담이 더욱 커진 여성,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된 이주노동자, 심각한 과로와 감염 위험에 노출된 보건의료인과 콜센터 상담사, 거리로 쫓겨나고 있는 항공업계 사람들, 더욱 좁아진 취업문에 허덕이는 청년까지….
본보는 ‘Project People-19’가 진행한 19명의 인터뷰를 내용에 따라 4부에 나눠 연재한다. 코로나를 계기로 드러난 한국사회의 문제들에 주목하고, 그 이면의 구조적 원인을 들여다 보며,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문제의식을 공유하고자 하는 ‘Project People-19’의 요청에 부응함이다. <편집자주>
[코로나19 속 사람들] 3부_얼어붙은 경제, 코로나에 걸리다
(7) 공공운수노조 영종특별지부 이상욱 조직국장
항공 산업이 활발하던 시기가 잊히고 있다.
갈 곳 잃은 사람들과 마주했다. 각자의 위치에서 바쁘게 공항을 이끌어 가던 수많은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외면 받듯 공항 밖으로 내몰렸다. 보이는 곳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인천공항을 위해 일하던 다양한 항공 산업 노동자들이 있다. ‘코로나’라는 위기를 맞은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었고, 매일 출근했던 공항은 다시 돌아가기 싫은 곳이 되었다. PEOPLE-19은 인천지역 항공 산업의 위기를 조명하고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영종특별지부 이상욱 조직국장님을 인터뷰했다. 코로나를 직면한 공항 노동자들이 다시, 같이, 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영종특별지부의 대책과 현장에서 나오는 목소리, 정부의 항공 산업 정책을 듣고 해답을 고민해보자.
- 현재 활동하고 있는 단체와 함께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영종특별지부 이상욱 조직국장입니다.
영종특별지부는 인천공항·항공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조합원들이 모여 만든 조직입니다. 작년 2월 코로나가 확산한 후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과거에 사스나 메르스 같은 전염병이 길게 가면 반년 안에 종식이 되었으니, 코로나도 지나가는 전염병이겠구나”라고요. 그러나 WHO에서 팬데믹 상황을 공식 선언하면서 하늘길이 막히기 시작했습니다.
항공 산업은 자금이 굉장히 빠르게 순환되는 산업입니다. 그런데 코로나를 계기로 돈이 돌지 않다 보니, 앞의 판단이 잘못된 것이었음을 직감한 듯합니다. 사용자들이 강제 무급휴직과 권고사직을 시행했고, 노동조합에도 매우 많은 문의가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당시 노조는 하나의 사업장 혹은 현장에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는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영종도에 있는 인천공항 노동자 전체를 포괄하는 방향으로 해결에 접근했습니다. 업종을 구분하지 않고 상담과 법률 지원을 하면서, 가능한 한 노동조합으로 함께 뭉쳐 싸울 수 있도록 지원한 것이지요.
9300명 무급휴직, 유급 휴직·순환근무 1만 명
- 코로나19를 계기로 항공업이 직접적인 수익 감소를 겪고 있고, 이는 곧 고용 위기로 이어졌다고 하셨습니다. 코로나19 초기부터 지금까지 해고나 임금감소가 어느 정도로 있었는지요?
△코로나가 심각해진 후 6개월 정도 지난 시점에서 노동자를 대상으로 실태를 조사했는데요. 기본적으로 소득이 100만 원 이상 감소했다고 답했습니다. 원래 높은 임금을 받던 조종사 같은 분들은 이보다 더 감소한 경우도 있습니다.
휴직 및 휴업수당과 관련된 법은 평균임금의 70%를 지원금으로 지급하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이전에 받아왔던 초과근무수당과 비행 수당 등이 빠지면서, 소득이 100만 원에서 150만 원 이상 줄어든 분들도 계십니다. 한편, 일자리를 잃은 분들이 1만 5000명 정도 됩니다. 이분들은 무급휴직을 강요당한 경우가 많아요. 초기에는 무급휴직 상태로 버티다가 상황이 길어지다 보니 실업급여라도 받기 위해 떠난 분들이 많습니다. 올해는 9300명 정도가 무급휴직상태로 남아있고,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으며 유급 휴직하거나 순환 근무를 하는 노동자가 1만 명 정도 있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 영종도에는 항공업계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영종 지역에 대한 대책이나 경제 정책이 있었는지요?
△인천공항이 있는 영종도(인천 중구)를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하라고 요구하며 인천시청, 중구청과 협력하여 추진했지만 실패했습니다. 대규모 작업이 필요한 인천공항 및 항공업계 특성상, 인천공항에 협력하는 업체들은 400~500명 이상의 인력을 운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그런 업체들의 본사는 대부분 서울에 있다는 것이 코로나 시기에 드러났습니다. 즉, 영종도에 위치한 업체가 적습니다. 또 인천공항에 입지한 많은 업체들은 인천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사업을 합니다. 그러다 보니 노동부에서는 영종도에 대한 지원이 인천지역 경제에 직접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들이 인천공항에서 돈을 벌 수는 있지만, 지역 세금 등과 연결되진 않는다는 게 그 이유였습니다. 코로나 이후 인천에서 소비와 세입이 감소했지만, 이게 얼마나 지역경제에 타격을 주었는지 등 지역 차원의 위기를 입증할만한 것은 없었습니다.
- 인천이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되었을 때, 어떤 효과가 발생하나요?
△영종 지역에는 공항 인근에 거주할 수 없고, 영종도에 거주해야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젊은 층이 있었습니다. 이들이 코로나 이후에는 월세를 내기 어려워 떠나다 보니, 원룸촌이 황폐화되어가는 등 영향이 있습니다. 자연히 지역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고요.
고용위기지역 지정을 통해 정부 예산을 지역에 투자하면, 무급휴직자를 대상으로 한 생계지원, 교육 훈련, 직업훈련 등 여러 제도를 만들 수 있습니다. 지역민을 대상으로 보험료 납부를 일정 정도 유예하는 등 항공 산업 노동자와 소상공인을 포괄해 지원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역에 대한 위기보다는 산업에 대한 위기만이 입증되고 있어, 정부도 지역보다는 업종 위주로 위기 대책을 발표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다단계 하청구조…위기때 쉬운 해고
- 항공업 관련 노동자들이 쉽게 고용 위기를 겪게 된 원인은 무엇인가요?
△항공 산업은 가장 위에서부터, 원청인 항공사의 통제 아래에 수많은 자회사가 있습니다. 비행기를 타면 활주로에서 손 흔들어주는 사람들이 있죠? 그분들을 ‘지상조업 노동자’라고 하는데요, 항공사의 자회사에 속합니다. 항공사의 비행기 조업, 즉 비행기에 기름을 채우거나 이륙 전 수화물을 싣는 분들이 항공사의 자회사 소속입니다. 그분들이 하지 않은 일, 비행기가 착륙했을 때 오물을 치우고, 침구류를 교체하고, 수하물을 재분류해 비행기에 싣는 노동자들은 모두 하청업체 소속입니다. 그분들도 정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코로나 시기 항공업에 고용 위기를 만든 핵심은 바로 ‘다단계 하청구조’입니다. 업무별로 단계를 나눠놓은 이 구조는 지금처럼 위기가 닥쳤을 때 노동자의 해고를 쉽게 만듭니다. 항공사에 직접적으로 고용되어 있지 않고 자회사나 하청업체를 통해 간접 고용된 신분으로, 고용이 불안정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코로나로 항공기가 운항을 중단했을 때 이들은 무급휴직을 권유받거나, 이를 거부했을 때 해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항공사의 민간위탁과 코로나19 이전 저가 항공 경쟁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요?
△저가 항공 경쟁도 고용 위기에 영향을 미친 게 사실입니다. 놀랍게도 한국과 미국의 항공사 개수가 같습니다. 이토록 많은 수의 항공사가 저가 경쟁을 하다 보니, 수익률이 다른 국가의 항공사에 비해 굉장히 낮습니다. 이용객에 비해 항공사가 벌어들이는 수익은 그만큼 나오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다보니, 위기를 맞았을 때 크게 주저앉는 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
한편, 저는 모든 문제가 코로나 위기 때문이라거나 항공사가 경영을 못해서 발생했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저가 항공의 문제는 비행거리가 길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대체로 한국의 저가 항공사는 일본과 중국 항공편처럼 단거리 노선으로 수익을 창출하는데요. 코로나가 터지기 전에는 반일감정이 극도로 고조되고 불매운동이 전개되면서, 저가 항공사가 완전히 무너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스타항공 같은 경우도 일본의 영향을 받아 수익이 급감했고 코로나 시기에 완전히 몰락했습니다. 무리한 항공사의 설립을 무방비로 방치한 정부의 책임도 있고, 일본의 수출규제와 불매운동의 민족주의적 충돌로 인한 수입 감소도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 요인이 중첩되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특별고용업종에 지상 근무자 포함 노력”
- 정부가 고용유지를 위해 코로나19 초기부터 지금까지 고용유지지원금과 기간산업안정기금 등 다양한 정책을 펼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부가 실행했던 정책들은 구체적으로 무엇이고, 어떤 효과가 있었나요?
△정부 정책이 처음에는 상당히 많았지만, 2020년 9월 이후에는 발표된 것이 없습니다. 코로나 사태 초기, 정부가 인천공항을 포함한 항공 산업이 가장 큰 위기를 맞게 되니까 업종을 중심으로 보호해야겠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항공업, 숙박업, 여행업 같은 산업들을 ‘특별고용업종(특별히 고용을 유지해야 하는 업종)’으로 지정했습니다. 회사에는 노동자의 휴직 수당으로 10%만 부담하면 나머지는 정부가 지원하겠다는 파격적인 안을 제시했습니다. 여담이지만, 당시 정부가 항공사만을 특별고용업종 대상으로 발표했습니다. 저희는 노동청에 가서, 항공기를 움직이는 건 지상조업사이기 때문에 항공사만 대상으로 했을 경우 항공업을 제대로 보호하기 어려우니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권유했습니다. 그리고 한 달 뒤, 조업사를 포함한 다른 업종들도 특별고용업종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이후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때도 더 많은 업종이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항공 산업의 입장에서 보면, 무급휴직자를 위해 50만 원씩 3개월 동안 지급하는 제도와 같이 일시적인 생계지원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제도들은 모두 사용자가 신청해야 수혜할 수 있습니다. 노조에서는 이러한 시스템을 바꾸려고 노력했지요. 정말 어려웠습니다.
또, 정부는 기간산업안전기금으로 40조 원을 준비하고 항공 산업에 약 8조 원을 투입하려 했지만, 그 과정과 조건이 매우 까다로웠습니다. 일단 이 기금을 활용하려는 항공업체는 부채와 자본금이 많아야 합니다. 따라서 ‘티웨이’, ‘에어서울’같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곳은 아예 지원 대상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제주항공, 대한항공, 아시아나만 대상이 됩니다. 또한 이 기금은 그냥 주는 것이 아니라 7%의 이자로 빌려주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기간산업안전기금은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제주항공과 아시아나만 이 기금을 사용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까지 끌고 오다가 결국 아시아나와 대한항공을 인수·합병해 하나의 대형항공사로 남기고, 대한항공의 저가항공사인 진에어와 아시아나의 저가항공사인 에어서울과 에어부산까지 세 곳의 저가항공사를 통합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같이 5개의 항공사를 2개로 만드는 인수·합병안이 제출된 이후, 정부의 지원제도는 사실상 없습니다.
- 영종특별지부는 노동자의 고용유지와 생계안정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한 것으로 압니다. 구체적인 활동과 기업·정부 측을 향해 내건 요구안은 무엇인가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특별고용업종에 항공사뿐만 아니라 지상 조업사와 항공사 하청업체까지 확대하라는 요구를 가장 많이 했습니다.
또 무급휴직자에 대한 생계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관련 노동자 중에는 인천에 거주하는 분들이 많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인천공항에 일하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면 이들에게 무급휴직 기간에 대한 일시적 생계지원금 50~100만 원을 지원해달라고 인천시에 요구했습니다. 인천시와 논의가 잘 되어 관련 제도가 만들어지고 많은 분이 혜택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고용유지지원금은 용역·하청업체까지 지원되진 않았습니다. 이들 업체 중에는 5천 명에서 1만 명에 달하는 노동자들이 일하는 곳도 있었는데 말이죠. 정부 측에서는, 인천에는 일이 없겠지만 타지역에는 일이 많을 테니 이들을 지원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인천공항에 입지한 혹은 항공업의 용역·하청업체에도 이 제도를 적용하라고 요구했는데요. 1년이 지나 올해부터 적용되었습니다. 1년 사이에 일을 그만두거나 해고된 사람들은 모두 떠났을 상황이지만, 그래도 용역·하청업체 또한 고용유지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꾼 것이지요.
다만 고용유지지원금은 1년에 180일까지만 지원하게 되어있습니다. 1월부터 휴업한 항공사나 조업사는 6월 30일이면 지원이 종료됩니다. 더군다나 회사는 휴직 수당을 주지 않으려고 노동자들에게 ‘무급휴직 동의서명서’를 돌리고 있습니다. 이러면 정말 많은 사람들의 생계가 곤란해집니다.
고용유지지원금을 사용하면 회사는 노동자를 해고할 수 없습니다.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돈을 다시 내놓아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노조는 사용자가 무조건 이 제도를 사용할 수 있도록 압박하고 있어요. 노조는이 제도가 종료되면 고용을 훼손할 수 있으니 연말까지 연장할 것을 요구했고, 마침내 정부는 90일을 연장하겠다고 6월 3일에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9월 30일이 되면 다시 연장을 요구해야 한다는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인천공항으로 다시 출근할 수 있을까?”
- 노동조합 활동 과정에서 이룬 성과와 앞으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는 무엇인가요?
△저는 노동조합이 사각지대를 밝히고 노동자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파악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에서, 영종특별지부의 활동이 특별하게 기억될 것 같습니다. 저는 3년 동안 지역의 청년노동자를 조직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들이 거주하는 곳을 직접 찾아가 노동 상담소도 열어보고,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것과 노동자가 원하는 인천공항의 변화가 무엇인지 설문조사를 해서 국회 토론회에 발표하는 과정도 가졌습니다.
인천공항은 현재 제2터미널까지 있습니다. 원래 제3터미널까지 만들겠다는 계획이 있었는데, 코로나가 터지면서 확장계획이 전혀 추진되지 않았는데요. 만약 항공 산업이 회복된다면 원래 계획대로 나아갈 것입니다. 그러면 많은 청년노동자가 다시 이 공항에 올 것입니다. 그들이 왔을 때 ‘여기는 위기가 터지면 나를 잘라내는 곳’, ‘바쁘면 나를 갉아먹는 곳’이라고 인식되지 않게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내가 가장 힘들 때 손 내밀어주는 곳이 노동조합이구나.’ 하는 생각을 심어주는 것이 영종특별지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에피소드 하나가 떠오르는데요. 직원 180여 명 규모의 한 아시아나 기내식 운반 하청업체가 폐업과 정리해고를 하려 했습니다. 저희는 매번 머리를 싸매고 제도를 어떻게 활용하여 고용을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폐업하겠다던 사장님을 붙잡고, 코로나 위기에 대응하는 제도들 열심히 분석하고 설득하며 고용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 성과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물론 지켜낸 노동자보다 사라진 노동자의 수가 훨씬 많습니다. 공항을 떠난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했을 때, 대다수는 인천공항에 다시 돌아오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저희는 누군가가 다시 인천공항에 오면, 두 번 다시 위기에 굴복하지 말고 노동조합과 다시, 같이, 날 수 있는 인천공항을 만들자는 포부를 다집니다.
- 앞으로의 계획과 함께, 독자들에게 마지막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 혼자 모든 걸 다 할 수는 없습니다. 많은 분들이 저희와 함께하고 있고, 노동조합을 믿고 찾아오시는 노동자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이분들이 의미 있는 활동을 함께하기에 영종특별지부가 활동을 지속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년에는 이런 인터뷰를 할 수 기회가 많았는데, 1년이 지난 지금은 영종도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꺼낼 곳이 별로 없습니다. 그러다 최근에 아시아나 승무원이 휴직 수당으로 90만 원 정도를 받으며 어렵게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코로나로 힘든 이 시기는 노동자들에게 지옥으로 기억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아직 ‘어둡고 긴 터널을 뚫고 어떻게 다시 날 수 있을지’, ‘인천공항으로 다시 출근할 수 있을지’ 생각하시는 노동자들이 많습니다. 2021년도의 저희의 큰 계획은 이 위기를 헤쳐나가, 노동자들에게 더 좋은 기억이 남게 하는 것입니다. 저희는 해고노동자들과 함께 복직하고 큰 문화제를 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문화제를 하는 그 순간을 기다립니다.
인터뷰 및 필자: ‘프로젝트팀 PEOPLE-19’ 김유빈 권예진 남진희 문예린 송진아 이형호 정무빈
본 기사는 Project People-19 인터뷰집 ‘PEOPLE-19: 열아홉 사람이 겪은, 열아홉 가지 코로나, 그들을 이야기하다’의 일부입니다. Project People-19의 활동은 텀블벅을 통해 후원하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