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유럽의 수학계에서는 비어 있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수학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것에서도. 하지만 유럽에 새로 들어온 0이란 숫자가 오랜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모기장 위에 선 긋고 곡선을 긋는 것 같은 좌표의 원점은 0이 되게 하고, 음수도 양수도 아닌 유일한 수가 유럽에 들어온 것이다. 만약 세상에 0이 없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우선은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컴퓨터도 없을 것이다. 컴퓨터는 0과 1로만 이루어진 이진법을 사용한다. 사용자가 입력하는 모든 정보를 0과1로 처리해 수행하는 것이다.

0이 없었다면 우리는 이진법을 사용할 수 없다. 물론 그 수를 1과 2로 바꿔서 컴퓨터가 사용하도록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컴퓨터도 수학과 과학이 발전함으로서 만들어진 것. 그렇기에 수학을 엄청나게 성장시킨 0이 없었다면 컴퓨터, 휴대폰, 패드와 탭은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물론 그 대단한 수학 세계의 0을 찾아 더 깊이 들어가 보면 0은 골치 아픈 수이다. 곱하기에 0을 넣으면 존재를 소멸시켜버리는데 나누기에 0을 넣으면 갑자기 영어로 undefined라고 한다. 저명한 수학자들조차 정의를 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0을 더하거나 빼면 그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렇게 다른 존재를 이랬다저랬다 움직이면서 저는 홀로 ‘음수도 양수도 아닌 수’에 들어서 있다. 

그러면 0의 기원은 무엇일지 궁금했다. 0의 모양인 동그라미의 기원은 인도에서 비롯했으며 괄리오르 비석에 새겨진 ‘ㅇ’이라고 한다. 0을 나타내는 영어단어 zero의 어원은 복잡하다. 단어 zero는 ‘비어 있음’을 의미하는 인도어 sunya에서 옮겨진 ‘없음’을 뜻하는 아랍어 ‘sifr’에서 유래되었고, sifr는 라틴어로 옮긴 아랍어 책의 ‘zephirum’ 이 변화해 현재의zero가 된 것이라고 한다. 

zero라는 단어의 초기적 발산지이며 0이 최초로 출몰한 인도, 인도인은 왜 0을 좋아할까? 인도인이 믿는 힌두교에는 파괴의 신이 있다. 비슷한 단어가 욕이라서 처음 듣는 한국인들이 꼭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그의 이름이 ‘시바’다. 시바를 잘못 말하면 대인관계가 파괴될 수도 있으니 조심하자. 어쨌든 0에 어떤 수를 곱하면 소멸, 즉 사라진다.

사라진다는 것은 곧 새로운 것의 시작이라고 인도인들은 믿었다. 그렇기에 시바 신을 좋아했고, 공허가 시작이라는 것이 그들의 신념이었기에 공허함을 나타낼 수를 찾았고 그 수가 0인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0의 탄생과 0의 생은 종교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인도인이 0을 탄생시킨 것도 시바 신을 좋아했기 때문이었고, 유럽에서 0이 악마의 숫자라고 불린 까닭은 하느님이 하늘 아래 비어 있는 것은 없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가끔씩 매체에서 사이비 종교들을 접하면 멀쩡한 다른 종교까지도 이상한 종교처럼 보이는 때가 있었다. 그리고 나는 무신론자이기 때문에 더욱더 종교에 무관심하다. 하지만 그래도 0은 종교로 인해 태어났고 0 덕분에 나는 일일이 손으로 에세이를 쓰는 수고를 덜고 컴퓨터 타자기를 쓰고 있다.

핸드폰으로 연예인과 게임, 음악 영상을 보며 패드와 탭 같은 기기의 도움을 받아 코로나 19를 피해 등교 대신 원격수업을 듣고 있다. 결국 0은 필수적인 존재다. 0 만세, 원격수업 만세!.
박정준(수완초 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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