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고샅길 따라-08
“나는 요 고샅 뒤에 살아. 하루에 열댓 번도 더 와. 들랑날랑.”
“우리는 날만 새문 딜다봐.”
남원 금지면 방촌리 방촌마을 이정자(87) 할매가 늘 이무롭게 내 집 드나들 듯하는 곳, 우대순(73) 할매 집이다.
“인자 까서 자석들 주제. 딸네들 다섯, 아들 하나. 여섯으로 나눠야써.”
우대순 할매가 마늘 까는 옆에서 이정자 할매도 내 마늘인 양 까고 있는 중이다.
“무단시 도와준다요.”
“놀문 뭣해. 일바구리 있으문 우리는 니야내야 없이 다 달라들어. 촌에는 뭐든지 함께 달라들어.”
“우두거니 앙겄는 것이 일하는 것보다 더 힘들어.”
“촌 어매들은 팽생 일하는 습관이 들어서 손을 놀리문 애가 터져. 머이든 일을 보문 몬칠라그래싸.”
이정자 할매는 그래서 기어이 일을 손에 몬치고 있는 중인 것이다.
이정자 할매의 아들 내외는 시방 밭에 가 있다.
“광주 사는 아들이 왔다갔다 해. 혼자 사는 어매를 못 잊어서 늘 자주로 와. 아들이 또랑 건네밭에 꼬치 줄 매러감서 오지 말고 여가 있으란디. 어찌고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가보고잡구만.”
“오지 마란디 머더게 가. 가서 단도리할라고?”
“가서 보기만 보고 있제, 시방사람들한테는 말 한자리 못해.”
“오매 가지 마랑께. 가문 존 소리는 못 들을 것이여.”
그 뒤에 펼쳐질 장면과 상황을 훤히 짐작하는 이웃지간인 것이다.
“우리 아들이 와갖고 내가 집에 없으문 바로 밭으로 달려와. 맨나 나 일한다고, 밭 폴아분다고 고함을 질러. 존일에 팔아불어, 팔아불어, 나도 그러코 고함을 질르제.”
밭을 두고 오가는 어매와 아들의 대화는 매양 그렇다.
마늘 까고 있는 중에도 이정자 할매의 마음은 아들이 일하는 밭에 가 있다.
글=남신희·임정희 ‘전라도닷컴’ 기자
사진=박갑철 ‘전라도닷컴’ 기자
※이 원고는 월간 ‘전라도닷컴’(062-654-9085)에도 게재됐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