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고샅길 따라-10
짱짱하게 내리쬐는 햇볕이 아깝지 않다. 고샅에 깃발처럼 휘날리는 수건들. 고실고실 말라가는 중이다.
강후남(73·곡성 고달면 죽림마을) 할매는 그 담벼락 아래서 마늘을 다듬고 있다.
“열야답에 시집와서부텀 손에서 흙이 떨어질 날이 없어. 이날 평상 요 손에 발에 묻은 흙을 다 모탔으문 산이 되제. 도시서는 흙을 몬칠 일이 없제.”
“흙은 존 것이여”라고 말하는 할매.
“우리를 묵고 살게 해주는 것인께. 우리 자석들 넷도 이 흙이 있었기땀새 키웠제.”
오늘도 흙사람으로 말갛게 산다.
고샅 건너편 텃밭의 상추가 푸릇푸릇 탐지다.
“저것은 우리야 아니고 놈의야. 이웃이야라도 잘 되문 맘이 좋제. 쳐다보문 맘이 후북하제.”
시방 까고 있는 마늘은 도시의 자식들한테 보내지고 곡성장에 가서 팔기도 할 마늘.
‘돈 사는’ 그 마늘 한 다발을 뭉꺼서 할매가 기어이 손에 쥐어준다.
“갖고가서 해잡사. 촌에는 다 갈라묵어. 촌에는 오믈시고 안 살아. 노놔묵고 갈라묵고.”
글=남신희·임정희 ‘전라도닷컴’ 기자
사진=박갑철 ‘전라도닷컴’ 기자
※이 원고는 월간 ‘전라도닷컴’(062-654-9085)에도 게재됐습니다.
남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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