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농업이란 결국 생산비를 줄이는 것”

이재광 시민기자
이재광 시민기자

경남 창원에 소재한 D농기계 생산 공장 견학을 마치고 다시 경북 성주에 소재한 B농기계 회사에 들렀다가 경남으로 이동, 함양에서 시설하우스를 이용해 양파육묘를 생산하는 농가를 방문하고, 그곳 농업기술센터의 기계화 시범지역사업 진행 상황에 대해 귀동냥을 하고 경기도 화성으로 올라가 1박을 한다.

이틀째 오전 일찍 발안공단에 소재한 S공업 공장을 방문해 우리가 찾던 농기계 제작과정을 둘러본 후 전북 익산으로 내려와 Y농기계 수입업체에 들렀다가 돌아오는 일정표를 받아보고 참 빠듯하게 짜였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코로나19를 핑계(?)로 빠질까도 했지만 기둥을 쳐야 보(?)가 울린다는 사실을 양파 생산 농민들도 알기에 그럴 수는 없었다.

오전 7시30분. 약속장소로 나갔더니 차에 타라고 한다. 견학이니 주마간산(走馬看山)식으로 둘러만 보고와도 벅찬 일정인데!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이라 긴장감이 더 한 게 사실이다.

양파·마늘 일관기계화 시범지역 사업…. 인사에 의해 자리를 옮기고 사나흘 지났을까? 농식품부에서 회의가 있다고 해서 세종까지 올라가니 소개를 하라고 한다. ‘식량정책팀장’ 이라고 했더니 ‘노지채소 기계화를 협의하는 자리인데….’ 다들 의아해 하는 기색들이다.

그래, 누가하면 어떠냐?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배가 나가지! ‘네일 내일’ 가리면 언제 기계화가 되고 인건비가 절감되어 농사를 짓겠냐고! 고마운 것은 생산자단체에서 이리 나서 주고, 무엇보다 처음부터 회의마다 같이 참석을 하면서 문외한(門外漢)이나 다름없는 내게 조언(助言)을 아끼지 않은 채소농협의 젊은 전무가 있었다는 것이다.

‘배움에 왕도(王道)는 없다’고 하지 않던가. 2012년 처음 양파 농사 기계화를 추진하면서 모종을 기계로 심는 모습은 그 무렵 농사에서는 혁신(革新)이었다. 이런 광경을 이쪽 사람들이 견학(?)이라는 이름으로 찾아오곤 했었는데, 이제 처지가 뒤바뀐 것이다.

지금 우리는 양파 농사하면 일가견이 있는 지역의 6명의 농업인들과 절박함(?)을 안고 ‘물레방아 고을 함양’ 으로 양파육묘기술을 배우러 가는 길이다. 물론, 양파 농사를 처음 하는 것도 아니다. 지금까지 농사를 지어오면서 기계화를 부르짖었던 사람들이다. 이래서 배움에는 왕도(王道)가 없다고 했던가 보다.

창원의 D농기계 공장 견학을 하고 성주로 와서 B농기계 업체의 생산 농기계 전시관을 둘러보고 나왔다. 양파 관련 농기계들이 성능을 개선하여 손에 익숙하게 만들어진 것 같은데도 주문(?)을 많은 걸 발견했다. 농기계 가격이 워낙 고가(高價)이다 보니 비싼 값을 하게끔 만들어 달라는 무언의 압력(?)인 것이다.

문제는 이런 기회, 이런 자리를 만들어 주려는 노력이 왜 없었을까하는 것이다. 녹(祿)을 먹는 한 사람으로서 왠지 부끄러움이 앞선다.

다시 함양으로 와서 기술센터 회의실에 빙 둘러 앉아 궁금한 것들을 묻고 답을 듣다보니 퇴근 시간이 다 되어서야 센터를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지난 10월 28일 농식품부 차관을 모시고 양파 기계정식 연시회를 개최했던 포장을 찾았다. 포장 좌우 머리골을 작업 시 농기계 코너링을 위해 맨땅으로 남겨 놓은 것이다. 우리지역 노인네들이 이런 광경을 봤다면 뭐라고 하실까? 땅거미가 짙게 내려앉은 양파를 심어 놓은 논배미 남겨놓은 머리골을 휴대용 줄자를 꺼내 재보니 3.5m가 넘는다.

우리 일행을 안내하던 직원들과 농업인들의 배웅을 뒤로하고 식사도 건너뛴 채 달려 도착한 화성. 시간을 보니 오후 8시 45분이다. 저녁 식사를 위해 불 켜진 식당에 들어갔는데 영업이 끝났단다. 옆에 허름한 해장국집 문을 밀고 들어갔다. 빨리 드시고 가라는 말에 해장국 한 그릇씩을 비우고 숙소로 돌아와 하루를 마무리한다.

잠자리가 불편했던지 다들 새벽같이 일어나 어젯밤 그 해장국집에 다시 들러 먹었던 음식을 다시 시켰지만 전날 그 맛이 아니었다. 먹는 둥 마는 둥 아침을 끝내기가 무섭게 S공업사로 갔다.

한 대에 9000만 원하는 양파 전용 수확 기계다. 정확한 명칭은 ‘자주형 땅 속 작물 수집기’. 그래, 이렇게 비싼 농기계도 개선해야 될 부분이 있을까? 물론, 사용하는 사람들의 작업 습관이 다르고 조작 능력이 다르니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양파 기계 정식에 갇혀 있던 기계화 추진에 대한 고민의 깊이를 더하면 더 할수록 머리가 무겁다.

오는 길에 전북 익산에 소재한 Y농기계수입업체를 둘러보고 내려오는 차량 뒤 자석에 앉아 이틀 동안의 여정을 머릿속에 정리해 본다.

어느 수준에 기준을 맞출 것인가? 그런데, 땅속 작물 기계 수확을 위해 토질을 개선하고, 농기계 진입을 위해 3~4m의 머리골을 맨땅으로 남겨 놓고, 또 기반 정비가 덜된 밭보다 논에 양파를 심으라고 한다면 그게 먹혀 들어갈까? 물론, 어렵겠지! 그래도 해야만 한다면….

이재광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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