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란 교수 자녀교육 일기]

픽사베이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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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만난 어머님은 초등학교 1학년 딸아이의 행동이 궁금하다고 말했습니다. 딸아이는 작아서 못 입는 옷이나 작은 신발을 버리지 못하게 하고 심지어 낡아서 더 이상 쓸 수 없는 캠핑 돗자리를 버리니까 펑펑 울어버렸다는것입니다. 심지어 딸아이는 새 샤워타월을 사용하면서도 이전에 사용하던 샤워타월을 버리지 못하게 하는 등 어머님은 딸아이가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를 너무 궁금하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경우 ‘저장장애’ 라고 하는데 여러 가지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우선 인간의 발달단계에 대해 연구한 프로이드 이론에 의하면 일생동안 정해진 순서에 따라 신체에 에너지가 집중되는데 초등학교 1학년이라면 구강기와 항문기, 남근기의 발달단계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 중 항문기에 해당하는 1세부터 3세까지 배변 훈련을 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깔끔하게 요구받았거나 자신이 불편한 경험을 했을 때 물건에 대한 집착 행동을 보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성탄절 즈음 많이 이야기 듣는 스쿠루지 영감처럼 자신의 물건에 집착하는 행동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어린 아이가 아니더라도 신발, 옷, 가족과 함께 즐거운 경험을 했던 돗자리처럼 유난히 자신이 기분 좋은 경험을 할 때 함께 했던 물건들이라면 갖고 싶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정서적으로 민감하고 섬세한 아이라면 예전의 기억을 더욱 오랫동안 생각하고 싶어할 수도 있습니다. 혹시 애착 인형이 있다면 자신의 어린 시절 함께 지낸 아이가 좋아하는 물건들은 마음껏 긴 시간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셔도 좋습니다.

저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는 만난 아이들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등원할 때 품에 안고 오던 많은 인형이나 애착을 느끼는 물건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자신이 아기때 부터 잘 때 안고 자던 애착 인형을 가지고 유치원에 등원하는 아이들도 많았는데 특히 엄마와 헤어지기 어려운 아이들은 애착 인형을 한 손으로 안고 바깥놀이를 나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유치원에 온 지 3-4주일 정도가 지나 바깥놀이터를 나간 아이가 두 손으로 모래놀이를 하기 위해 안고 있던 인형을 제게 주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또 어린이집 낮잠시간에는 5살 아이가 자신이 아기 때부터 잘 때 덮던 커다란 타월을 덮어야만 잠들 수 있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성인도 가끔 불안함을 느낄 때 자신의 물건에 유난히 집착할 때가 있습니다. 심지어 대학생들도 가정을 떠나 기숙사에 올 때 자신이 오랫동안 가까이 하던 물건들을 챙겨온다고 합니다.

초등학교 1학년이라면 아직은 엄마의 품에서 잠들 수 있다면 가장 행복한 잠자리가 될 것입니다. 어머님께서 분주하실테지만 아이가 잠드는 시간만큼은 함께 누워서 아이의 머리도 쓰다듬어주시고 아이가 엄마의 품에서 엄마 냄새도 맡고 엄마 팔도 만지면서 잠들 수 있도록 시간을 꼭 내주시기 바랍니다.

조금 더 연령이 높아지면 엄마 품에서 엄마와 스킨십을 하는 것이 어색하게 여겨질 수도 있기 때문에 이번 겨울에는 아이와 함께 잠자리에 들고 아침에 눈을 뜰 때도 조금 더 부지런하게 준비하셔서 아이를 품에 안고 깨울 수 있도록 노력하시면 좋습니다.

부모님께서는 아침에 밥 한 숟가락 더 먹이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만, 지금은 밥보다 엄마의 애정을 더 많이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친밀감을 느낄 수 있도록 아이 곁에서 신체적인 접촉을 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지신다면 물건을 버리는 일에도 조금 더 편안하게 받아들이게 될 것입니다.

올해 겨울에는 딸아이가 잠들 때 함께 누워서 아이 곁에서 머리도 쓰다듬어주고 등도 토닥이면서 아이가 엄마의 사랑을 마음껏 느낄 수 있는 따뜻한 겨울 맞으시기 바랍니다. 문의 : kimklan@kwu.ac.kr

김경란(광주여자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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